▲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신문에 실린 오피니언의 기사를 발췌해 보았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사람이 있었다. 애석하게도 기억나는 번호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 심지어는 아들 전화번호도 생각나지 않더라는 것이다. 지금 국내 휴대전화 가입은 7,127만대로 우리 인구의 1.4배에 이른다고 한다. 시내버스와 택시에서 시민들이 가장 많이 잃어버린 물건이 휴대전화였다는데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세상과 철저하게 단절된 느낌이었다고 했다.

전화기에 저장되었던 전화번호 중에 기억나는 것은 7.2개에 불과했다는 조사가 있다. 그동안 관계를 유지했던 거의 모든 사람들과 소통이 끊어질 위기에 놓이게 되고 전화기에 깔려있던 모바일 메신저(카카오톡)도 쓸 수 없어 사적인 연락뿐 아니라 업무 처리조차도 대부분 막혔다고 했다. 은행 업무나 카드사용을 스마트폰으로 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모든 경제활동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 전화에 저장된 개인정보, 계좌번호, 사진, 동영상은 모두 사라지고 만다. 그래도 군중이나, 드롭박스에 정보를 저장한 사람들은 다시 되살릴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는 전화 분실은 통행금지나 마찬가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당에서도, 카페에서도 휴대전화로 큐알 코드나 백신접종 확인을 못 하면 아예 입장조차 할 수 없었다. 백신을 맞았다고 아무리 우겨 봐도 전화기 외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휴대전화를 분실했을 때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영국 생리학회가 성인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지수를 조사했다. 배우자 사망, 교도소 수감, 화재, 홍수, 중병진단, 해고 등 18가지의 상황을 제시하고 어느 경우에 스트레스를 가장 받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스마트폰 분실은 거의 테러 위협과 거의 같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특히 20대~30대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1988년 7월 1일 휴대전화 서비스가 최초로 선보인 지 33년쯤 되었는데 이젠 휴대전화는 생존필수품으로 변모되었다. 대법원 판사 올리브 홈즈씨는 건망증이 심했다고 한다. 홈즈는 어느 날 기차 안에서 미결 사건에 대하여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때 차장이 차표를 보여 달라는 것이었다. 홈즈는 호주머니를 뒤졌지만 차표를 찾지 못했다.

“걱정 마세요. 홈즈 판사님 신분이 확인되었으니 편리하실 때 차표를 보내주세요”

홈즈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감사합니다. 내가 승차비를 내는 것은 나중 문제고 지금 당장의 문제는 차표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내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요”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잃어버리고 차표 한 장을 잃어버려도 우리들의 삶은 중심을 잃고 뒤죽박죽이 되고 만다. 난 지금도 중학생 때 잃어버렸던 파이롯드 만년필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비싸서가 아니고 그냥 잃어버렸다는 자체가 내 아쉬운 기억을 되살린다. (시103:2)“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며 그의 모든 은택을 잊지 말지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베풀어 주셨던 그 모든 은택을 잊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애석하게도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그리고 빨리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잃어버린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리는 것도, 지폐가 들어있는 지갑을 분실하는 것도,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도, 직장을 잃는 것도 견디기 힘든 일이지만 하나님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도 같다. 우린 과연 무엇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는지 자신에게 한 번 질문해 보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소싯적 학생 시절, 청년 시절 그렇게도 교회가 좋아 교회에서 밤낮 살았고, 은혜를 받기 위해 모든 것을 제쳐두고 한얼산기도원, 용문산기도원, 삼각산, 칠보산, 흰돌산 기도원을 올랐었다. 교통편이 불편해도 잠자리가 열악해도 불평 없이 은혜의 동산을 찾았었다. 지금 내가 잃어버리고 사는 것들은 없는지 어디쯤에 서 있는지 한 번 살펴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