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이집트 사람들에게 개구리는 단순한 개구리가 아니라 신이었다. 그 이름은 ‘헥트’로 부활과 다산의 신이었다. 겨울이 되어 다 죽은 줄 알았던 개구리가 봄이 되면 또 다시 살아나 온 동네를 시끄럽게 하면서 왕성하게 번식하는 모습이 부활이라도 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게다가 개구리는 한 마리가 수 천, 수 만개의 알을 낳으니 다산의 표본이다. 그러기에 이집트 사람들은 개구리의 신 ‘헥트’에게 예물을 바치고 절하면서 우리도 당신처럼 부활하여 영생하게 해 주시고 우리도 당신처럼 번성하게 해 달라며 기도했던 것이다.

개구리를 보면서 부요함을 기대한 일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언젠가 큰돈이 될 줄 알고 외국에서 황소개구리를 수입했는데 예상이 빗나가 수입이 생기지 않자 수입업자들은 그것들을 그냥 호수나 강에 내다버렸고 그 때문에 황소개구리가 온 산하를 뒤덮게 되었다. 완전히 성숙한 황소개구리는 30cm나 되어서 뱀까지 잡아먹는다고 한다. 황소개구리의 왕성한 식욕과 번식력은 생태계에도 큰 위협이 되었다. 애굽 사람들이 개구리를 번성케 하는 대상으로 본 것과 수입업자들이 황소개구리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한 것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된다.

(출 8:1~2) 너는 바로에게 가서 그에게 이르기를 여호와의 말씀에 내 백성을 보내라 그들이 나를 섬길 것이니라. 네가 만일 보내기를 거절하면 내가 개구리로 너의 온 땅을 치리라

개구리 징계는 10가지 재앙 중 두 번째 징계로 개구리를 부활과 다산과 번영의 신으로 섬겼던 애굽 사람들을 바로 그 개구리를 이용해서 징계하고 고통을 주겠다는 하나님의 경고였다. 그러나 바로왕은 즉각적으로 이 경고를 무시했다. 그러자 나일 강과 하수에서 개구리들이 무수히 올라와 궁궐을 침입했고 침실과 침상 화덕과 떡 반죽 그릇에까지 기어 들어갔다. 온 세상과 천하가 개구리 천하가 된 것이었다. 애굽 사람들은 그들이 섬기는 신에게 공격을 당했고 그토록 믿었고, 의지했던 개구리가 그들을 배신한 것이었다.

6·25 전쟁이 끝난 후 우리는 번영을 목표로 일을 했다.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하자고 외치며 가난과 싸워왔다. 덕분에 지금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생각지 못했던 결과가 뒤따라왔다. 개구리가 온 땅을 뒤덮듯이 온 나라가 더럽고 추잡하고 지저분해졌다. 자연파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사람들의 마음과 영혼이 황폐화 되는 것이다. 물질적 풍요가 넘쳐나면서 수많은 가정들은 무너졌고 청소년들이나 학생, 어른들 할 것 없이 심성이 파괴되고 도덕성이 상실되었다.

10대의 청소년이 70대 노인을 지하철에서 개 패듯 패며 온갖 쌍스러운 욕설을 뱉어내도 누구 한 사람 앞으로 나와 그것을 말리지 못하는 세상이다. 고양이 앞에 생선을 가져다 준 것처럼 서민들의 집 마련을 위해 존재하는 공공기관의 공무원들이 미리 취득한 개발예정계획을 이용해 투기하며 제 배를 불리는 일들을 거리낌 없이 자행해 왔다니 보통 악취가 풍겨나는 것이 아니다.

(출 8:13~14) 개구리가 집과 마당과 밭에서부터 나와서 죽은지라. 사람들이 모아 무더기로 쌓으니 땅에서 악취가 나더라

개구리 재앙을 보면서 느끼는 중요한 사실은 개구리는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강이나 연못에서 사는 것이 정상이며 그것이 개구리가 존재하는 목적에 맞는다. 개구리가 하수에 살아야 하듯이 돈이나 권력도 역시 그 위치와 용도가 있다. 돈이나 권력과 법은 존재 목적을 알고 그에 합당하게 사용하는 것이 질서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개구리가 결코 신의 자리에 올라서는 안 되듯이 돈이나 권력은 절대 숭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이 신의 자리에 앉아 숭배의 대상이 될 때 지저분한 악취를 풍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애굽에 내렸던 개구리 재앙이 우리에게도 임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아야겠다. 세상 사람들이 교회나 그리스도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정직과 성실함과 깨끗함일 것이다. 세상이 다 썩어지고 코를 찌를 듯한 악취를 풍긴다 해도 교회와 크리스천들은 그렇지 않기를 기대하고 적어도 예수쟁이라면 달라야 할 것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믿음이 하루아침에 허무하게 깨어졌을 때 세상은 여지없이 교회를 향해 주저하지 않고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다. 주님은 우리를 향해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 하셨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리를 벗어나지 말고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되고 세상의 썩는 것을 막아내고 지켜내는 맛을 잃지 않는 소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