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집사님 한 분이 계시다. 자폐아 아들을 훌륭하게 잘 양육하셨다. 그분을 볼 때마다 늘 도전을 받는다. 자녀를 키우면서 힘들 때 가끔 집사님을 생각하며 위로를 받는다. 그 집사님이 며칠 전 수술을 받았다. 코로나로 병원에 심방을 못 하여 카톡으로 위로와 기도를 전했다. 그랬더니 내게 책 한 권을 추천하셨다. 《기쁨 공식》이다. 심한 소아마비 장애를 딛고 인생을 기쁨 공식으로 풀어낸 한 수학자의 자전 수필집이었다. 책을 손에 잡으면 놓지 못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고. 기독교인이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그렇게 내게도 이 책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고 하셨다. 서점에 갈 일이 있어 추천 도서를 사서 읽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자신의 삶을 소개한다. 내겐 두 다리로 서 본 기억이 없다.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고 소위 말하는 앉은뱅이가 되었다. 비료부대 위에 엎드려 한 손으로는 땅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로는 부대를 잡아끌며 흙바닥 위에 다니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혀를 찼다. 밤하늘의 달과 별을 오랫동안 바라본 경험이 있는지. 시골에서 태어난 나는 여름이면 마당에 멍석을 깔고 누워 달과 별과 은하수를 바라보며 잠이 들곤 했다. 내겐 특별히 기억나는 달들이 있다.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의 술주정을 피해 과수원으로 도망 나온 엄마 등에 업혀 바라보던 차가웠던 초겨울 달. 대학교 1학년 때 신림동의 잿빛 하늘에 떠오르던 어둡고 우울했던 달. 꿈을 안고 떠난 유학길에 외롭고 힘들면 찬송가를 부르며 바라보던 샌프란시스코 만 위에 덩실하게 뜬 달. 살에 지치고 피곤하여 떠났던 인도 라자스탄 사막의 모래 지구 위로 떠 올라 몽롱하게 빛나던 달. 지금 바라보고 있는 달은? 웃는 달이다. 나는 시편 기자처럼 달과 별을 바라보며 노래한다. (시 8:3-5)

춥고 서글펐던 내 인생의 달이 이제는 신의 섭리와 은혜를 드러내는 달이 되었다. 연구실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푸르름과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서울대를 떠나 북한산자락에 자리 잡은 고등과학원 교수로 이 조용하고 아담한 연구실을 지킨 지도 벌써 2년이 훌쩍 지났다. 3년 전 이맘때쯤 나는 강의실에서 하얀 분필 가루를 날리며 스톡스의 정리와 위상공간, 표현론에 대해 강의하고 있었으리라.

▲ 어느 해 천마산기도원 8.15구국대성회 중에 옥광석목사

지난 40여 년의 세월은 촌음같이 짧은 시간이었다. 병들고 외로웠던 어린 시절. 가난하고 고달팠던 청소년기.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해 방황하며 원망하던 대학 시절 그리고 광야와 같았던 유학 시절을 지나 카이스트, 서울대, 고등과학원 교수로 재직하기까지 돌이켜보면 꽤 많은 일이 일어났다. 그 가운데 내 인생의 모퉁이에서 지켜보고 계셨던 그분, 혹독한 삶의 질곡에 눌려 미소마저 잃어버린 나를 웃게 하고 기쁨으로 띠 띄우신 나의 하나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성의 꽃인 수학. 그 중이 위상수학을 전공한 수학자가 만난 하나님 그리고 그분 안에서 발견한 기쁨 공식. 그 이야기를 지금 시작하려고 한다.

그가 말하는 기쁨 공식은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이다.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이 세상의 부조리나 죄 혹은 죄인을 만나면 그것을 나눠버려 죄 사함과 용서, 흠 없는 자녀로 만들고, 서로 사랑하기를 실천하는 사람과 사회를 만나면 세상이 빼앗을 수 없는 무한대의 평강과 기쁨을 가진 하나님의 백성, 천국을 만든다는 공식이다. 그는 말한다. “신앙생활은 혼자 할 수 없다. 예배만 살짝 드리고 돌아가면 기쁨이 적다. 교회 안에서, 공동체 안에서 서로 사랑할 때 기쁨은 무한대로 커진다. 교회나 신앙의 공동체가 완벽한 곳은 아니다. 거기엔 별별 사람이 다 모인다. 말도 많고 상처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도들은 모여야 한다. 셀 모임도 하고 봉사도 해야 한다. 그래야 그 안에서 예수님을 덧입어 형제 사랑하기와 용서하기를 배운다.”

주변에 우리의 신앙과 삶을 부끄럽게 하는 이들이 많다. 김인강 교수가 사랑스럽고 존경스럽다. 하나님은 약한 자를 통해서 강한 자를 부끄럽게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