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미국 애리조나 사막 한복판에 백만장자를 위한 마을이 들어서 있다. ‘노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우리끼리 모여 잘 살자, 여기엔 아무도 늙은이가 없다.’ 백만장자들끼리 공동체를 일구어 살고 있다. 55세 이하 사람들은 입주가 허락되지 않기에 젊음이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고령자도 없다. 노인들끼리 황금기를 즐기자. 이런 기치 아래 얼마 전 견본 주택 여섯 채를 지어 공개했는데 구경꾼이 하도 몰려와 사막 하이웨이가 폐쇄될 지경이 되었다. 나도 얼마 전 견학하러 갔었는데 단지 내 속도 제한이 15마일이다. 차가 질주하면 노인들이 산책하다가 놀랄까 봐 그렇다. 그곳은 병원 시설이며 모든 게 완벽하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은퇴했지만, 아직 일을 하는 사람들이 10%를 넘는다. 그런데 얼마 전 여기서 끔찍한 보고서가 나왔다. 여기 거주자들의 치매 발병률이 도시인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미국 사회가 깜짝 놀랐다. 아니 어떻게 그 지상 낙원에? 연구원들의 보고에 의하면 삼무(三無)가 문제라는 것이다. 첫째 스트레스가 없고, 둘째 걱정이 없고, 셋째 변화가 없다. 이 보고서를 읽는 도시인의 반응이 궁금하다. 인간은 적정한 수준에서 스트레스도 받고 때로는 걱정도 하고 변화가 있어야 새로운 자극이 되어 뇌가 활성화된다.

무균 상태의 어항엔 고기가 살 수 없다. 사는 이상 스트레스는 불가피하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라도 잘 맞이하고 얼마간 제풀에 꺾여 물러갈 때까지 싸우지 말고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적당한 일감이 있어야 한다. 단절된 생활보다 사회와 연계된 삶이 자연스럽다. 남은 시간 소중한 사람들과 가장 소중한 일인 봉사 활동 같은 것을 하며 살 수 있어야 한다. 노년은 죽을 준비를 하는 시기가 아니고 재창조, 재조정의 시간이다. 역동적인 삶이어야 한다. 《이시형의 신인류가 몰려온다》에 나오는 글귀다.

▲ 평양제일노회 북부시찰

어쩌면 인간이 추구하는 삶이 삼무(三無)가 아닐까? 그렇게 스트레스 없고, 걱정이 없고, 변화가 없이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이렇게 삼무로 살면 치매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뇌가 활성화되지 못해서 그렇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머리를 쓰지 않으면 치매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삼무를 벗 삼지 말아야 한다. 늙어 치매 걸리기 싫다. 아내는 핸드폰을 신형으로 자주 바꾸란다. 그래야 머리를 계속 쓰게 된다고. 책도 열심히 읽고, 이것저것 배우란다.

익숙한 길만 가지 말고 가보지 않은 길도 가보란다.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고. 처음엔 그냥 웃어넘겼다. 하지만 요즘은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온전한 정신으로 노년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이에 머리와 몸을 자주 쓰도록 일부러 나 자신을 약간 불편하게 만든다. 적당한 불편함이 정신과 육신의 건강에 좋다고 하니 말이다. 주차도 가능한 멀리 된다. 좀 멀어도 걷는다. 독서도 많이 하고, 핸드폰도 때가 되면 신형으로 교체한다.

적당한 스트레스, 적당한 걱정, 적당한 변화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치매 걸리지 않기 위해서다. 온전한 정신으로 노년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기 싫어서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은혜를 망각하는 영적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다. 간혹 이런 병에 걸린 이들을 보면 맘이 참 무겁다.

그러니 삼무에서 탈출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환경이 고맙게 느껴진다. 뇌를 활성화하게 만들어 치매에 걸리지 않도록 도와주었으니 그렇다. 익숙함 편안함 안락함보다 적당한 불편함이 일상을 역동적으로 만들고 뇌를 활성화한다. 미국의 부촌 선시티(Sun City)에 살지 않은 것이 너무 감사하다. 당회, 노회, 총회를 섬기면 무엇보다 뇌가 활성화되어 건강한 삶을 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