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아침이면 자주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간다. 말이 강아지지 나이가 열네 살이다. 강아지 나이로는 늙었다. 강아지를 보면서 세월의 유수를 느낀다. 그런데 우리 집 강아지는 아주 예민하다. 사회성이 떨어진다. 다른 강아지만 보면 흥분해서 달려든다. 멀리서 보면 씩씩거린다. 그러다가 아침에 왜 자기가 산책을 나왔는지 목적도 잊는다. 이런 날이면 견주인 나로서는 상당히 불편하다. 속히 볼일 보게 하고 들어가고 싶은데, 그 볼일 보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아예 강아지가 잊어버린다. 그래서 가능한 다른 강아지들이 없는 시간에 맞추어서 산책을 다녀오려고 한다.

그런데 오늘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무려 네 마리나 만났다. 견주를 네 사람과 마주쳤다는 말이다. 멀리서 개 주인을 보면 강아지를 끌고 가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집 강아지가 다른 강아지를 보면 흥분하게 되니까 멀리서 견주가 보이면 미리 피하여 딴 길로 간다. 그렇게 세 번을 피하다가 어쩔 수 없이 아파트 밖으로 나가서 동네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 입구 앞에서 우리 집 강아지가 멀리 있는 하얀 강아지를 발견하여 보더니 흥분하여 꼬리를 흔든다. 달려가고 싶다고 신호를 보낸다. 그 모습이 귀엽고 또한 애처로워 보였다. 성품만 좀 원만하면 데이트도 하고, 같이 놀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 예민하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성품이 문제였다. 그래도 볼일을 보고 왔으니 다행이라 여겼다. 견주가 누구냐에 따라 강아지의 행복이 정해진다. 견주는 누구보다 자기 집 강아지를 잘 안다. 그러기에 강아지의 행복은 견주의 손에 달린 끈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아지가 조금 불편해도 견주가 손에 붙잡힌 그 끈에 통제받으면 언제나 안전하고 행복할 것이다.

▲ 신임 노회장 옥광석 목사, 직전 노회장 이성회 목사(좌측부터)

신앙생활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나님의 손에 붙잡혀 인도받는 것이 안전이고 행복이다. 행동의 제약이 따르고 좀 불편하지만, 그것이 행복이다. 눈에 보이지 않은 말씀과 기도라는 끈에 붙잡혀 사는 것이 신자의 행복이요, 기쁨이 아닐까. 세상살이 얼마나 황홀하고, 또한 유혹 많은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재미난 것이 너무 많다. 핸드폰을 보면서 길에 다니고 걷는 사람을 일컬어 스좀비라고 한다. 건널목을 건널 때도 핸드폰을 눈에서 떼지 못한다. 그러다가 사고 당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게 거리엔 스좀비가 늘고 있다. 그만큼 세상에 재미있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의 안목을 빼앗는 것이 늘렸다. 그렇게 우리의 눈을 유혹하고,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도록 현혹하는 것들이 많다. 그러기에 잠시만 방심하면 그 덫에 걸려 넘어진다. 어려움을 당한다. 후회하기도 한다. 좋은 것을 한순간에 다 잃기도 한다. 그러기에 통제를 받는 것은 아주 불편하지만, 유익도 많다.

▲ 직전 부노회장 한상원 장로, 신임 노회장 옥광석 목사(좌측부터)

부부가 서로에게 통제당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부모와 자녀 간에도 서로가 통제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관심이고 사랑이다. 상사에게 지도받고 감독을 받는 것은 불편하지만 결국 자신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것이다. 장로교 목사가 당회의 견재를 받고, 노회의 통제와 관리 감독을 받는 것도 불편해 보이지만 결국 안전과 행복을 위하여 좋은 것이다. 자신을 지켜주는 안전장치다. 인간은 악하고 약하고 자신을 믿을 수 없다. 홀로 서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통제할 수 없는 선을 넘을 수도 있다. 실수하여 넘어질 수도 있다.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 수도 있다. 신앙과 목회의 영역에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홀로 신앙생활하고, 목회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지도와 감독이 필요하다. 누구보다 성령의 통제를 받는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눈에 보이지 않은 성령에 의해 통제받고 살아간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자유가 방종이 되지 않도록, 자유로운 선택이 멸망의 덫이 되지 않도록 성령의 통제를 받으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 가정에서 아내의 통제와 잔소리가 귀찮을 때도 있지만 좋을 때도 있다. 자녀들의 잔소리도 마찬가지다. 베드로의 닭 우는 소리가 되어 잠자던 내 영혼을 깨우는 생명의 소리가 되기도 한다. 말씀과 기도의 끈으로 내 영혼을 꽁꽁 묶어서 성령의 인도 따라, 성령의 통제를 받으면서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인생, 그런 신앙, 그런 목회가 되면 좋겠다. 오늘 강아지를 산책하면 느낀 작은 깨달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