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평양제일노회 제192회 제1차 노회 임원회를 노회 사무실(총회회관 605호)에서 마치고 교회로 향했다. 우중이어서 차가 많이 막혔다. 방향을 바꾸어 김영명 이비인후과로 향했다. 최근에 귀가 아파서 미루다가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김 원장님은 동도교회 은퇴 장로님이시다. 부인은 한성원 권사님이시다. 오랫동안 산부인과 의사로 활동하셨다. 지금은 남편 장로님의 병원에서 재정과 행정업무를 보신다. 치료를 마치고 가려고 하는데 커피 한잔하자고 하신다. 담소를 나누었다.

김영명 장로님은 대한민국 현역 최고령 의사시다. 90세 시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시고, 독일에서도 유학하셨다. 40년 전 강남에 세워진 세브란스병원 초대 원장이기도 하셨다. 박조준 목사님과 친구셨고, 의대 시절 살던 집 근처에 김형석 교수님이 사셨고, 김동길 박사님도 근처에 살았는데 친구처럼 지내셨다고 하신다. 김 장로님은 지금도 의사 생활을 왕성하게 하시며 매일 고대 운동장을 아침저녁으로 걸으신다. 무엇보다 정확한 시간에 병원에 출퇴근하신다고하시는데 장로님의 건강 비결을 알 수 있었다. 장로님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역사책 한 권 읽는 것 같았다. 대한의학회 회장도 역임하셨다.

▲ 제192회 평양제일노회 정기회 포토존 앞에서 노회장 옥광석 목사

부인 한성은 권사님 역시 산부인과 의사시다. 오랫동안 개원을 하시다가 이제 남편 장로님 병원의 행정과 재정을 담당하고 계신다. 결혼 전에 삼일교회에서 만나셨다고 하신다. 이때 부친인 한병혁 목사님이 삼일교회를 개척하시고 초대 목사님으로 섬기셨다고 하신다. 이후 대구제일교회에서 시무하시다가 도미하셨다고 한다. 한 권사님은 중국에서 태어나셨고 신의주에서 사시다가 남한으로 오셔서 여태껏 서울에서 사신다고. 부모님을 비롯하여 모든 형제가 지금 미국서 산다고 하신다. 한 권사님의 말씀을 들으면 근대 한국교회사를 읽는 것 같다.

▲ 옥광석 목사, 김영명 장로, 한성은 권사(좌측부터)

두 분이 의사로서 동도교회에서 오랫동안 신앙생활 하셨고, 또한 의사로서 장로 권사로서 본이 되는 삶을 사셨다. 무엇보다 무병장수하고 계신 모습에 도전을 받는다. 한 권사님 역시 건강하시다. 두 분이 연세가 많으신 데도 건강하신 모습이 보기가 참 좋다. 권사님의 건강 비결을 물으니 장로님과 같았다. 규칙적인 생활, 욕심 없는 생활, 무엇보다 일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씀하신다. 남몰래 교회와 공적 기관에 기부도 많이 하셨다. 저 연세에 여전히 십일조를 하고 계신 모습이 얼마나 귀한지, 늙어도 할 일이 있다는 것이 복중의 복이다. 제가 은퇴할 때까지 무병장수하시라는 덕담을 남기고 병원을 나섰다.

▲ 평양제일노회장 옥광석 목사, 합동헤럴드 대표/발행인 구인본 목사(좌측부터)

봄비가 계속 내렸다. 기분이 좋다. 처음 노회 임원회를 인도한 것도, 김 장로님 내외분을 만나 치료받고 담소 나눈 것도, 좋은 임원들을 만나 한 해 동안 노회를 섬길 수 있게 된 것도 좋다. 2010년 10월에 노회로 옮겨왔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아는 분 하나 없었다. 뜻하지 않게 힘든 시절도 있었다. 그랬던 소인이 이제 노회장이 되었다. 참 놀랍고 감사하다. 그래서 그랬을까? 어젯밤에는 잠이 오지 않았다. 지나온 세월을 생각해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소인을 이 자리에 있게 하신 모든 분이 감사하다.

▲ 합동헤럴드 대표/발행인 구인본 목사, GSID 국제개발대학원 총장 심창섭 교수(전 총신대신대원 교수), 평양제일노회장 옥광석 목사(좌측부터)

이른 아침 노회 사무실이 있는 대치동으로 가는 길은 행복했다. 봄비로 인해 더욱 기뻤다. 살다 보니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 노회장이 되었다. 이런 웃기는 일도 생긴다. 뭐든 잘 참다 보면 이런 웃기는 일도, 좋은 일도 생기나 보다.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치킨을 한 마리 사서 집에 가져와 아내와 먹었다. 동도교회 부임 후 14년 만에 느껴보는 아주 특별한 치킨 맛이었다.

▲ 평양제일노회장 옥광석 목사, 합동헤럴드 대표/발행인 구인본 목사, GSID 국제개발대학원 총장 심창섭 교수(전 총신대신대원 교수), 좌측부터.

세월이 참 빠르다. 14년이 훌쩍 흘렀으니. 남은 후반전 목회를 주님께 맡긴다. 늘 그러했듯이. 내가 한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주님 사인 주시는 대로 목양지에서 열심히 뛴 것밖에 없다. 예수님처럼 십자가를 잡고 참았을 뿐이다.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버티자. 버티어 보자. 어떤 웃기고 놀라운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참으면 또한 함께 왕 노릇 할 것이요”(딤후 2:12). 우리, 뭐든 잘 버티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