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발행인 구인본 목사

대홍수와 바벨탑 건축 내러티브에는 해체하기 난해한 압축파일들이 많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심판을 인간에게만 국한시키지 않고 왜 모든 생명체를 대상으로 했는가?

홍수 심판의 효력을 검증하지 않고 왜 미리 무지개 언약을 체결했는가?

바벨탑 사건에 대처하면서 대홍수와 같은 직접적 방법 대신 언어의 다양화라는 간접적 방법을 채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고대의 이 두 사건은 인간의 호기심을 치명적으로 자극하지만 성경 전체의 조화를 파기하지 않고 행간의 해석으로 풀어내어 해답을 완성하기에는 자료의 빈곤을 느낀다.

하나님은 창조 세계의 구조 변경이 아니라, 재건축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대홍수를 선택했다. 심판 방법의 치명성은 인간 부패의 심각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철저한 심판을 경험했지만 노아의 포도주 대취 사건으로 가나안의 아버지 함이 하나님 눈 밖에 나는 사건이 발생한다. 홍수의 약발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인간의 탈선은 종전으로 회귀한다.

바벨탑 건축을 통해 인간은 오만함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하나님은 ‘흩어짐’을 촉구했지만 인간은 정착을 선호했다. 흩어짐은 인간이 각 개인으로만 존재하라는 뜻이 아니다. 하나님이 공동체를 배격한다는 뜻도 아니다. 흩어짐이 갖는 진정한 의미는 인간이 공동체(Geminde)를 이루어 창조 세계로 뻗어 나가라는 것이다. 문화명령에 의해 전 창조세계에 인간이 편만해지고 스며드는 것을 원했다.

언어의 혼란으로 인간은 정착을 포기하고 분산의 삶을 산다. 음식의 식재료에 양념이 흩어져 녹아들어가야 훌륭한 향취를 내며, 밀가루 반죽에 누룩이 분산되고 침투해야만 빵이 완성된다. 고형물 상태의 소금이 녹아내리고 흩어져야만 맛을 내고 부패를 방지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