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발행인 구인본 목사

팔레스틴 재야 종교지도자 세례요한은 터프한 데뷔와는 대조적으로 초라한 모양새로 죽어갔다. 그는 적법한 사형 집행의 형식을 누리지 못한 채, 기득권층의 충동적 욕구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유다사회의 치부를 알고 있었던 세례요한과 그의 제자단은 그동안 집요하게 헤롯정권의 적폐를 지적하며 그것을 여론화 함으로 헤롯정권의 눈의 가시가 되기를 자청했다.

세례요한과 그의 제자단이 날마다 양산하는 날선 입바른 소리는 정통 유다인이 아닌 이유로 정통성이 결여된 헤롯 정권으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절박한 현안의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헤롯은 정권의 이름으로 눈의 가시를 노골적으로 제거하기에는 너무나도 정치적 부담이 되었는지 나름대로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그 결과 헤롯왕의 딸 헤로디아의 경솔한 취향에 의해 한 시대를 풍미한 예언자는 초라하고 허무한 모양새로 삶을 마감한다.

동서고금에는 걸출한 적장에 대해서는 그에 걸 맞는 죽음과 장례를 허용하는 법인데, 세례요한은 최소한의 배려도 받지 못했다. 반증하자면 요한은 헤롯 정권의 극한의 반감을 살만큼 하나님나라 도래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선포했다는 것이다. 민중은 인플레이션과 실업율 증가로 도탄에 빠졌는데, 정치권은 그런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향응에 취해 있었다.

그 정도가 도가 지나쳐 공주가 무희의 역할을 한다. 예나 지금이나 왕의 공주가 공개석상에서 반라의 몸으로 자극적인 춤을 춘다는 것은 스캔들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유다사회가 당시의 주류를 이룬 이방문화인 헬라문화에 오염·중독되었다는 것이다.

적법한 절차를 통한 최소한의 법적 모양새라는 배려도 누리지 못하고, 세례요한은 부정한 관계에서 출생하여 댄서를 자처한 왕의 딸 헤로디아의 유흥거리가 되어 살해됐다.

세례요한이 지적한 헤롯의 복잡하고 부정한 당시의 미풍양속을 헤치는 무리한 이성관계라는 치부는 개인적 사생활로 치부될 수도 있으나, 공인에게 사생활은 거의 없는 법이다.

공적인 삶은 사적 삶에서 명실상부하게 구현되고 증명되고 육화되어야 한다. 정치 수준은 그 나라의 국격을 말해주고 종교 지도자의 도덕성은 그 종교의 위상을 대변한다.

한국개신교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때로는 피할 곳 없는 피구 게임장에 있는 것 같은 처지에 몰릴 때도 있다.

종교 지도자들이 각성하고 노력하면 그 종교는 절대 극단의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는다.

그나마 교회의 건강한 복원력이 살아 있을 때, 내부를 정비하고 수선하고 새롭게 하는 지혜로운 선택이 절박하다.

교단이라는 거함이 흘수선을 위협받지 않고 파고를 잘 극복해, 아브라함 카이퍼의 "하나님의 말씀은 창조세계 전 영역에 영향력을 온전히 발휘해야 한다"는 말이 더욱더 진하게 현실로 체감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