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 임창일목사

주말에 기분 좋게 백화점에 갔다가, 엉엉 울던 아이를 혼내려고 무릎을 꿇는 순간 어른들 틈바구니에 갇힌 아이의 답답함을 이해하고 반성했다는 커리어 우먼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해한다”(understand)란 영어단어처럼 한 계단 내려서서 역지사지(易地思之)한다면, 누구와도 통할 것이다.
그 옛날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장영자씨가 “경제는 유통이다!”란 유명한 말을 했다. 생산과 판매, 부동산, 주식 등 유통과정이 무너진다면, 아무리 부강한 나라의 경제도 무너질 것이다. 너무 풍년이 들어 오히려 갈아엎어야 했던 배추밭을 한 두 번 보았는가?
경제는 돈맥경화를 조심하고, 인체는 동맥경화를 조심해야 한다. 삼손처럼 건강한 사람도 배설을 못하거나 혈류가 막힌다면 죽고 말 것이다. 인체에서 기의 순환이 막힌 것을 “기(氣)막히다”라고 표현하고, 기의 순환이 원활하여 건강한 상태를 “기똥(氣通)차다”라고 부른다.

욥기의 가장 답답한 문제는 중보자가 없어서 하나님과 욥 사이에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욥은 중보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절규한다(욥 9:32-33; 16:19-21; 19:25-27). 욥기에는 고난에 대한 문제만 있고 그 해답이 없다. 그 해답은 성육신(Incarnation)을 통하여 하나님과 동등함을 버리고 인간과 소통하려고 낮아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비하(卑下)에 있다(빌 2:5-8).

하나님이 인간에게 허락한 대표적 소통의 방법은 말씀과 기도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에 나오는 12신조의 9항 마지막 부분에 “성령께서 은혜의 직분을 행하실 때에 은혜 베푸시는 방도는 특별히 성경말씀과 성례와 기도다”라고 선언한다. 말씀과 기도로 하나님을 찾지 않고, 사람을 찾아다니는 습관을 고치지 않는다면, 고난의 훈련을 계속될 것이다. 말씀과 기도를 제쳐놓고 하나님과 소통을 거부하고 사람과만 소통하려다가 실패한 사례는 너무도 많다.

모세가 죽은 후에 여호수아는 “네가 형통하리라”(수 1:7-8)고 보장을 받았다. 그러나 가나안 정복과정에서 아이성 전투의 패배와 기브온 족속의 사기조약으로 두 번의 불통사건을 경험한다. 그것은 말씀과 기도로 하나님과 소통하지 못한 결과였다. 하나님의 말씀보다 사람의 의견에 따라 3,000명을 보냈던 아이성 전투에서 36명이 죽고 패전하였다(수 7:2-5). 여호와께 묻지 않고 기브온 족속과 맺은 화친조약은 3일 후에 사기사건으로 드러났다(수 9:12-15).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속담과 달리, 참신자라면 돌다리도 기도하고 건너야 할 것이다.
다윗은 하나님의 말씀은 “금 곧 많은 순금보다 더 사모할 것이며 꿀과 송이꿀보다 더 달도다”(시 19:10)라고 고백한다. 그는 항상 하나님께 물어보았고(삼하 2:1), 새벽을 깨워 기도하기로 마음을 확정한다(시 57:7-8). 그러나 다윗도 말씀과 기도를 제쳐놓고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선택한 결과(삿 21:25), 밧세바 사건(삼하 11-12장)과 인구조사 사건(삼하 24장)에서 두 번의 범죄를 저지른다. 반면에 매일구제에서 헬라파의 원망으로 위기를 만난 베드로는 “우리는 오로지 기도하는 일과 말씀 사역에 힘쓰리라”(행 6:4)는 해법으로 문제를 극복한다. 그 결과 말씀이 왕성하여 제자의 수가 더 많아지고 허다한 제사장의 무리까지 복종시킨다(행 6:7).

말씀과 기도를 제쳐놓고 “답이 없다”고만 외치고 있다. 교회마저 사사건건 판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하나님과 소통을 거부한다면, 결국 한국교회는 또 다른 바벨론 포로시대를 경험할지 모른다. 수년전부터 자두의 노래에서 개그콘서트 코너까지 “대화가 필요해”라고 외쳤지만, 여전히 우리는 불통의 시대를 살고 있다. 언론은 연일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는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앞날을 염려하고 있다. 정치계도, 교계도 소통의 부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다시 한 번 주기철목사와 조만식장로, 세종대왕과 황희정승 같은 지도자가 나타나 “기똥찬” 정치를 하는 것을 보고 싶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말씀과 기도보다 앞서지 말자!”

(목동반석교회 담임, 강화반석기도원 원장, 서울성경신학대학원대학교 구약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