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아일랜드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에 적힌 글이다. 귀중한 시간이 너무도 빨리 자나감을 안타깝게 여긴 버나드 쇼가 유머러스하게 남긴 말이다. 우물쭈물 하다가 혹시 세월을 허비하는 일은 없었는가? 시간을 낭비하는 것 그것은 곧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다. 미국 뉴욕 퀸즈에 있는 부로바(Bulova) 시계공장에 도둑이 지붕을 뚫고 들어와 3억 원 어치의 시계를 훔쳐갔다. 경찰 보고에 의하면 새벽에 이 사실을 발견한 회사원이 경찰에 신고할 때 급해서였는지 시계를 훔쳐갔다는 말 대신 ‘시간을 훔쳐갔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사실 3억 원을 도난당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도둑맞는 것이 훨씬 더 타격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시간은 지나가면 회수가 안 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의 실패를 정의하는 한 마디가 있는데 그것은 “시간이 없었어”라는 말이다. 학생들이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핑계의 말이다. 시간이 없어서 해야 할 일이나 갖추어야 할 준비를 못해서 실패했다는 말인데 사실은 시간이 없었던 것이 아니고 시간 사용의 중요성에 있어서 그 우선순위가 달랐을 뿐이다. 누구에게나 24시간이라는 같은 양의 시간이 주어진다.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여 그 시간들을 분배하느냐에 따라 후회와 만족, 실패와 성공이 결정되게 마련이다. 사람들이 훗날 시간을 도둑맞고 후회하게 되는 요소는 두 가지다. 하나는 게으르거나 시간 활용이 불규칙하여 시간을 도둑맞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의미 없거나, 가치 없는 일들 때문에 시간을 도둑맞는 일이다.

50이 못되어 병으로 죽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죽기 전에 “아이들과 여행을 같이 못 간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사업과 비즈니스에 바빴던 그는 아이들과 여행가는 것을 그다지 중요한 일로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랬기에 그런 일에 시간 내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삶의 종착역이 가까워진 것을 직감했을 때에는 갑자기 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업이나 돈 버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했구나 하는 가치의 변화가 찾아온 것이었다.

로마인들은 신화 속에 야누스를 만들었다. 야누스는 머리가 둘이 있다. 아니 머리 두 개가 서로 다른 방향을 보며 붙어있다. 그 머리들에는 눈이 넷이 있는데 두 눈은 앞을 보고, 두 눈은 뒤를 본다. 앞을 보는 눈은 비전, 즉 미래를 향한 꿈을 뜻하고 뒤를 보는 두 눈은 반성 즉 과거의 실패와 성공을 돌이켜 보고 날마다 반성하며 배우는 정신을 가리킨다. 이 야누스에서 영어의 1월(January)이 나왔다. 해가 바뀌어 1월이 되면 지난해를 돌이켜 보는 동시에 다가오는 새해를 큰 꿈을 품으며 바라보라는 것이다. 1년은 365일로 구성된다고 생각하지만 하루가 365회 계속된다는 또 다른 생각도 있다. 이 두 생각은 비슷해 보이지만 실은 큰 차이가 있다. 오늘이라는 하루를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간으로 생각하고 의미 있고 가치 있게 꾸며가는 것을 하루 씩 하루 씩 연장한다는 태도다.

한 아이가 부모를 따라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구경 갔다. 연주하는 내내 이 아이는 지루함에 몸을 비꼬았다. 그러나 두 시간 연주 중 두 세 번 만은 순간적으로 흥미를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오케스트라의 맨 뒤에 서 있던 연주자가 거대한 심벌즈를 ‘쾅 쾅’ 울릴 때였다. 그 심벌즈에 흥미를 느낀 소년은 음악회가 끝난 후에 무대 뒤로 가서 심벌즈를 다루는 악사를 만났다. “그것 배우는 거 힘든가요?” “아니 별로 힘들지는 않은데 이 심벌즈는 울리는 시간이 중요하단다. 반 초만 늦어도 안 되고, 빨라도 안 된단다. 심벌즈는 꼭 그 시간에 울려야 하는 것이 생명이란다” 그렇다 우리가 시간을 사용함에 있어 순간순간 그 시간을 사용해야할 중요한 순간이 있다. 아무 때나 심벌즈를 울리면 안 되는 것처럼 시간 사용은 바로 그 시간에 써야 하는 것이다.

벤쿠버 썬이라는 잡지사의 주필인 쇼우씨가 캐나다 회사원들의 근무태도를 조사하였다. 그의 보고에 의하면 한 사람당 1주일에 약 3.5시간의 낭비가 있다고 했다. 지각, 조퇴, 잡담, 개인전화, 점심시간의 연장, 등이 그 원인들이다. 그는 이것을 보고 ‘시간 도둑’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특히 계획적인 시간 도둑들 때문에 회사뿐 아니라 캐나다 전국의 사업장에서는 연간 약 100억 달러(한화=1조 4천억원) 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아 보여도 실상은 그렇게 많지 않다. 바울은 에베소 교인들에게 “세월을 아끼라”고 권면했다. 우리에게도 똑같은 이 말씀으로 “세월을 아끼라”고 명령하고 있다. 시간 가는 것이 빠르다고 느끼는 사람은 이제 인생을 알기 시작한 것이요 시간이 몹시 귀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인생의 가치를 비로소 알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지나간 시간은 부활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다. 시간도 세월도 아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