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전쟁 이후 순례자들은 정신적 영적 각성을 위하여 순례를 떠난다. 순례 도중에 멸시와 방해를 받기도 했고, 젊은이들이 동참해 많은 함께 걷는 좋은 체험도 한다. 이러한 순례길에 가장 힘이 되어 주는 사람이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단연 하인 레오(Leo)였다. 그는 허드렛일하며 섬기고,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며, 지친 여행 속에서 쉼터가 되어 주었다. 불평이나 하소연을 들어주었고, 가야 할 방향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격려도 해 주었다.

잘 진행 중이던 순례는 어느 날 하인 레오가 실종된 후 혼란에 빠졌다. 순례자들은 서로 갈등하게 되고 무기력해졌으며 믿음이 사라지고 가치와 의미가 잃게 되었다. 그때 비로소 그들은 사라진 레오 같은 사람이 진정한 리더가 아닌가 깨닫게 된다. 그리고 후일에 하인 레오가 사실은 그들이 속한 교단의 지도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지도자가 하인이 되어 그들과 함께했다. 헤르만 헤세의 《동방순례》에 나오는 이야기다.

지도자 생활 오래 하고, 특히 목사, 장로 생활 오래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섬기는 것보다 대접받는 일에 익숙해진다. 14년 전에 동도교회에 담임으로 부임하였다. 부임 초창기부터 지금껏 빼놓지 않고 하는 것은 교인들과 식사 때 컵에 먼저 물을 따르는 일이다. 수저와 함께 컵에 물을 따른다. 강단 아래서 담임목사요, 당회장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섬김이라고 생각하였다. 지금껏 누구를 만나든지 또한 부교역자들과 식사할 때도 마찬가지다. 큰 자가 섬기는 자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한 섬김이다.

▲ 평양제일노회 노회장 이성회 목사(좌측)와 옥광석 목사(우측)/대만 임원 겨울수련회 아침 식사 때.

리더는 대접받는 일에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쳐야 한다. 요즘은 세상 지도자도 섬김의 지도력을 강조한다. 하물며 레오(Leo) 지도력의 본이 되신 예수님을 믿고 따른다고 하는 교회 리더와 지도자들은 어떠해야 하겠는가. 당회와 노회와 총회의 지도자들을 관찰해보면 대다수 대접받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교계 지도자 가운데 높은 지위임에도 불구하고 섬김의 본을 보이는 지도자를 보면 감동이다.

신발 뒷정리를 하고, 신발을 바로 놓아주기도 한다. 식탁에서 냅킨과 수저를 먼저 놓아주고 또한 컵에 먼저 물을 부어준다. 이런 섬기는 리더를 볼 때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당회장, 시찰장, 노회장, 총회장, 교단장이 이런 레오(Leo)의 지도력을 보여주면 어떨까. 허드렛일로 섬기고,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도 연주하고, 지친 여행 속에서 쉼터가 되어 주고, 불평이나 하소연을 들어주고. 가야 할 방향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격려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레오 같은 리더가 그립다.

▲ 이성회 목사(평양제일노회 노회장) 내외/노회 증경단 위로회 때 속초에서.

한 해 동안 노회 임원으로 섬겼다. 이번 회기를 섬긴 노회장님은 레오였다. 그분 덕분에 행복했고 섬김의 도전을 받았다. 얼마나 겸손하신지. 예수님의 성품을 많이 보았다. 그 모습이 진한 여운과 감동으로 다가왔다. 교회 지도자는 자신도 모르게 세상 지도자를 닮아간다. 강단에서 높은 자는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며 설교하면서도 강단 아래에서는 대접받고, 힘 자랑하기 좋아하는 세상 지도자를 닮아간다. 노회 시즌이다. 레오 같은 리더가 많이 선출되면 좋겠다. 우쭐하고 무게 잡고 자기 힘 자랑하고 대접받는 것에 익숙한 세상 지도자를 닮은 리더가 아니라 예수님 닮은 레오(Leo) 같은 리더와 지도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