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24년 단골로 지내는 미용실. 1999년에 시작하여 지금껏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미용실이다. 원장님이 지구촌교회 집사시다. 신앙도 좋고, 실력도 좋다. 미용실이 분당이라서 집에서 거리가 멀다. 또 코로나 때문에 몇 해 동안 가지 못했다. 그러다가 아내와 최근에 찾아갔다. 헤어디자인계의 미다스의 손이다. 오랜만에 찾아가니 더 반갑게 맞아주었다. 코로나 동안 사업 운영이 참 힘들었단다. 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잘 지내어서 감사하다고. 7월에는 섬기는 교회에서 터키와 소아시아 일곱 교회를 방문한다고. 그곳에서 선교사님들과 가족들을 위해 미용 선교를 계획 중이라고. 그렇게 담소를 나누고 머리 손질하려고 앉았다.

그런데 곁에 연세 드신 여성분이 앉으신다. 원장님이 권사님이라고 소개한다, 그 손님에게는 내가 목사라고 소개를 해준다. 사실 미용실에 가서 직업을 밝히는 것이 좀 부끄럽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렇게 잠시 의자에 앉아 기다리면서 권사님과 담소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권사님이 질문이 있으시다고. 아주 황당한 순간이었다. 여기가 교회가 아니고 미용실인데. 상담은 이런 내용이다. 자기는 지금 얼굴 이마에 주름살이 많아서 고민이라고. 이것 때문에 자신감도 떨어지고 어떤 땐 얼굴을 들고 다니기가 부끄럽다고. 그래서 가방으로 자주 얼굴을 가린다고. 땅을 쳐다보며 걷는다고. 그렇게 주름살로 인해 자신감이 확 떨어져서 걱정이라고.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으신다.

▲ 경복교회(한명수 목사) 본당에서 옥광석 목사

순간 당황했다. 미용실에 머리 손질하러 왔다가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원장님이 바쁘셔서 기다리는 동안 어쩔 수 없이 온갖 지식을 총동원하여 상담해 드렸다. 연세가 어떻게 되냐고 물으니 83세였다. 신발도, 목걸이도, 옷 모양새도 중산층 이상으로 보였다. 아들도 있고 손주도 둘이 있다고. 남편도 85세인데 건강하게 잘 지내신다고. 현직에 있을 때는 초등학교 교감이셨다고. 연금도 받으신다고. 이래저래 물어보니까 정말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안경도 아주 멋져 보였다. 게다가 건강까지.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어 보였다. 단 하나, 이마의 잔주름이 문제였다.

▲ 전임 남자교역자들과 덕수궁 돌담길에서 옥광석 목사(맨 우측)

그래 내가 그랬다. 아이고, 권사님 정도면 그 연세 되시는 분 중에 상위 1퍼센트에 해당이 된다고. 다른 분에 비해 장점이 너무나 많다고. 그러니 단점인 이마의 잔주름만 보지 말라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목회 현장에서도 동년배 되는 분 중에 권사님같이 모든 면에서 잘 된 분도 드물다고. 그렇게 칭찬을 해 드렸다.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교감 선생님이어서 성품이 완벽주의라서 자신의 단점인 이마 주름살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그러신 것 같으니 앞으로 신경 쓰지 마시라고. 자신감 가지고 사시라고. 무엇보다 우리 예수 믿는 사람들은 천국과 영생이 있으니 이보다 더 수지맞는 일이 어디 있냐고 하면서 절대 주눅 들지 말고 자신감 가지고 사시라고 말씀드렸다. 아, 그랬더니 이 권사님이 고맙다면서 자기가 살아난 것 같다면서 인사를 하시고 너무 좋아하셨다.

▲ 청계천 광장에서 옥광석 목사

그 말을 곁에서 듣고 있던 미용실 원장님은 나보고 사인 한 장 해달라고 한다. 그래서 사인을 멋지게 크게 써주었다. 그랬더니 원장님은 이 사인을 액자에 넣어 걸어 놓겠다고 하신다. 그 말에 한바탕 크게 웃었다. 평생 미용실에 가서 사인하기도 처음이고, 목사가 되어서 사업장에 가서 사인하고 나오기는 처음이다.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나오려는데 그 권사님이 미용을 중단하고 내게 인사까지 하시면서 감사를 전하셨다. 그래 농담으로 그랬다. 이번 주일에 교회 가셔서 권사님이 가진 장점으로 인하여 하나님께 꼭 감사 헌금하시라고. 그랬더니 꼭 그렇게 하시겠단다.

사람들은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단점을 바라본다. 그 한두 가지 단점에 함몰되어서 주눅이 들어 살아간다. 자신감 잃고 산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장점이 얼마나 많이 보이는지 모른다. 그렇게 인생은 한 끗 차이다. 생각 한 끗 차이다. 짧은 세상이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많은 장점 바라보면서 자신감 가지고 멋지게 살자. 단점마저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