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은 각 홀이 마칠 때마다 뒤돌아보면서 풍광을 즐길 줄 안다. 공만 보고 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수준 낮은 골프를 치는 사람일 것이다. 뜻하지 않게 시카고에서 골프를 시작했다. 그곳에는 골프가 조기 축구다. 흔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미국 중서부라 뉴욕이나 LA처럼 재미가 없다. 그래서 남자 성도들이 이곳에서 즐기는 것이 두 가지라고 한다. 골프와 맛있는 음식 찾아 먹는 것이라고. 그렇게 남녀노소 모두가 골프를 즐긴다. 연세 드신 분들도 아침마다 마을마다 있는 공용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다. 일종의 걷기 운동이며, 산책이다. 골프가 지루할 수 있는 걷기와 산책의 재미를 더해준다.

미국인들은 신이 창조한 운동 중에 가장 멋진 운동이 골프라고. 미국 남성들은 천국에 골프장이 있다면 교회 가겠다고. 그만큼 미국인들은 골프를 사랑한다. 이제 웬만하게 사는 나라에서 골프는 대중화되었다. 골프를 장로님들에게 배웠다. 이후 동료들과 장로님들과 월요일마다 자주 골프장에 갔다. 장로님들이 늘 섬겨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고맙다. 그렇게 골프의 매력을 느끼고 배웠다. 무엇보다 골프장의 풍광 구경이 좋다. 모든 시름을 잊게 만든다. 하얀 골프공의 매력도 있지만 멋지고 아름다운 풍광 때문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색다른 매력이 골프장의 자연 풍광 속에 담겨있다. 홀마다 액자 속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다. 홀을 옮길 때 어떤 땐 풍광에 취하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찬양이 절로 나온다. 참 아름다운 주님의 창조 세계다. 그렇게 풍광에 취하여 골프 치는 것을 잊을 때도 있다. 그만큼 자연이 풍광이 아름답다.

▲ 천마산기도원 본당 앞에서 정혜영 권사, 오정숙 권사,이군자 권사, 조순자 권사, 옥광석 목사(좌측부터, 2023.6.21)

그렇게 홀마다 풍경을 한번 쳐다보고 다음 홀로 가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앞만 쳐다보고 가면 안 된다. 반드시 멈추어 서서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브레이크와 정지(STOP)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 성경도 이 사실을 강조한다. 가는 길 멈추어 서서 지난날을 뒤돌아보라고. 아주 현명하고 지혜로운 일이다.

평생 살아온 길을 뒤 돌아본다. 하나님의 은혜다. 여태껏 살아 있고, 목회지에서 목양을 하는 것이 은혜다. 위기의 순간이 왜 없었겠는가? OB(Out of Bound)가 나고, 해저드(Hazard)에 공이 빠지고, 러프(rough)로 공이 떨어지고, 벙커(Bunker)에 떨어진 공을 탈출시키지 못해서 답답하고 고민했던 시기가 왜 없었을까? 한 홀을 다블 보기(Double Bogey)로 마칠 때가 왜 없었을까? 그런데 그 모든 위기에서 하나님께서 탈출시켜주시고 선한 길로 인도하셨다. 어디 인생뿐이겠는가? 목회 여정도 마찬가지다. 정말 그분께서 지켜주셨으니 여기까지 왔다. 내가 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하나라도 했다면 그것은 그분께서 능력을 주셨다. 내가 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분께서 등에 없고 독수리 날개로 품고 여태껏 인도하셨다.

▲ 동도 족구한마당. 성도들과 옥광석 목사(2023.6.24)

올 상반기도 그렇다. 얼마나 감사한지. 코로나가 종식되어 일상으로 복귀하였다. 지금까지 코로나가 지속되었다면 어떨까. 정말 감사하다. 사람들은 위기 속에서의 탈출을 잘 잊어버린다. 그래서 하나님은 가나안 입성 전에 이스라엘 백성을 향하여서 쇠 풀무 불 곧 애굽에서 종 되었던 자신들을 인도한 일과 여호와의 속량을 기억하라고 명하신다. 또한 사십 년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도 기억하라고 명하신다.

하반기가 남았다. 골프로 비유하자면 다섯 홀이 남았다. 기대된다. 그분께서 어떻게 역사하실지. 천방지축 까불거리지 말자. 겸손히 걷자. 한 홀, 한 홀 신중히 치자. 조심조심 치자. 하나님과 함께 달리자. 그분의 코치를 받으며 치자.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걷자. 좀 잘했다고 우쭐하지 말자. 한순간 벙커(Bunker)에 빠진다. 가장 큰 장애물은 교만과 자기 자랑의 벙커(bunker)다. 제발 우쭐함에 빠져 그분을 잃어버리지 말자. 그 모든 능력과 지혜가 그분에게서 왔다. 매 순간 여호와를 인정하자. 그분을 의식하자.

올 한 해 마지막 홀을 마친 후 무릎을 꿇고 그분께 감사하면서 그린 재킷(green jacket)을 입혀 드리자.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고백하면서. 오늘 새벽에 읽은 성구가 떠오른다. “그가 네게 재물 얻을 능력을 주셨으니라”(신 8:18). 어디 재물 얻을 능력뿐이겠는가. 매사에 겸손히 경기에 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