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모세가 다시 애굽으로 돌아가라는 명을 여호와께 받았을 때 기분이 어떠했을까?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던 장소다. 훗날 바울이 1차 전도 여행을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갔을 때 심정이 어떠했을까? 쫓겨난 장소다. 사도들의 권고로 어쩔 수 없이 고향 다소로 낙향하였다. 다윗이 압살롬의 반역으로 쫓겨난 예루살렘 왕궁으로 환궁하였을 때 심정이 어떠했을까? 수치와 실패한 장소다. 실패의 장소로 다시 돌아간다면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뉴저지는 실패의 추억이 있는 도시다. 맨땅에서 개척하였고 한계를 깨닫고 문을 닫은 곳이다. 실패하고 무너진 장소다. 부끄러움과 수치의 장소다. 이곳을 2박 3일 방문하였다. 추억의 스팟을 찾아서 사진을 찍었다. 기분은 영 아니었다. 실패한 장소, 무너진 장소. 못나고 약한 실상이 드러난 곳. 반듯한 겉모습이 깨지고 박살 난 곳. 무능하고 별 볼 일 없는 인간임을 뼈저리게 느낀 곳. 여호와께 한 방 맞고 KO 당한 곳. 이곳에 18년이 지나 딴 모습으로 찾았다. 편안함과 여유를 가지고. 몇 분 지인의 환대를 받았다. 더 머물고 싶었다. 하지만 일정 때문에 더 머물 수 없었다. 실패자를 세우신 하나님을 찬양한다. 쓰러진 나를 세우신 하나님을 찬양한다. 그분의 은혜에 감사할 뿐이다. 계속 실패자로 살았다면 어떠했을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그분은 실패자를 통해 일하신다. 실패를 통하여 성령께서 인도하셨다. 뉴저지에서 시카고로 시카고에서 서울로. 시카고서 서울로 온 지 13년이 흘렀다. 이제 12년 남았다. 남은 목회 후반전을 잘 뛰면 좋겠다.

▲ 시카고 사랑의교회(박선동 목사 시무) 주일예배 설교자로 참석한 옥광석 목사

스포츠처럼 목회도 치열하다. UFC처럼 치열하다. 이 치열한 경기를 이어가는 것이 은혜다. 다부지고 강하지 못하고, 식스팩 근육도 갖추지 못하고, 눈싸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게다가 용기도 담력도 부족한데 말이다. 그런데 이 치열한 경기를 이어가고 있으니 은혜다. 그분의 도움으로. 약한 자를 사용하시는 그분의 도움으로. 약할 때 강함 되시는 그분의 능력과 권세로. 링에서 쓰러질 때마다 그분을 붙잡았다. 그렇게 여태껏 목회에 임했다. 숱한 강펀치를 견뎠다. 만약 그분께서 UFC 게임에 나선다면 어떤 경기를 치렀을까. 계속 맞아주시다가 한 방으로 경기를 끝내지 않으셨을까. 마지막에 이기는 자가 승자다. 목회 승부도 끝까지 가봐야 한다.

▲ 시카고 사랑의교회 주일예배 인도하는 박선동 목사

못나고 약한 놈이 이 치열한 경기장에서 아직 살아있다. 이제 남은 후반전 경기를 어떻게 치를지 그분께 묻는다. 영적 맷집을 달라고. 마지막 한 방을 달라고. 이민자들의 삶을 보면서 끈기와 근성과 맷집을 배운다. 참는 자가 복이 있다. 영적 맷집이다. 두들겨 맞아도 다시 일어서면 된다. 맷집이 강해야 한다. 그래야 남은 인생, 신앙, 목회를 잘 버틸 수 있다. 십자가의 맷집으로 버티자. 그분처럼. 그러다가 마지막에 한 방으로 경기를 끝내자. 그리고 그분 앞에 서자. 기회를 엿보는 지혜와 감각 그리고 침착함과 냉정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교회여, 세차게 밀려오는 세속화의 펀치에 주눅 들지 말자. 박해와 환란 앞에서도 흔들리지 말자. (눅 21:10~19)

▲ 옥광석 목사(우측)와 뉴저지의 지인 목회자들(박종윤 목사, 박수호 목사)

늘 그랬다. 밀려오는 펀치에도 냉정을 잃지 말자. 눈을 부릅뜨고 펀치를 피하자. 허점이 보일 것이다. 그때 한 방 날려 게임을 끝내자.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이 마지막 한 방을 위해 갈고 닦자. 말씀과 기도로. 체력으로. 논리와 성령으로. 기회는 찾아온다. 마지막 한 방을 위해 십자가를 계속 묵상하자. 최후 승리. 부활의 승리. 역전승을 꿈꾼다. 앞으로 교회는 더 지독한 세속화와 싸워야 할 것이다. 환란과 박해는 더 심해질 것이다. 더 강한 맷집과 영성이 요구된다. 강한 자만 살아남게 된다. 믿음 있는 자만 살아남게 된다. 악의 세력이 성난 파도와 같이 밀려온다. 사단이 우는 사자와 같이 달려든다. 교회여, 정신 차리고 항상 깨어있자. (눅 2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