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나는 그 누구에게든 존경과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내 딸이 없었다면 나는 분명히 나보다 못한 사람을 얕보는 오만한 태도를 버리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는 지능으로는 훌륭한 인간이 될 수 없음을 배웠습니다.” 소설 《대지》의 작가 펄 벅 여사의 말이다. (Pearl S. Buck. 1892~1973) 펄 벅은 불후의 명작 《대지》 외에도 80권에 달하는 작품을 쓴, 다산작가다. 여성으로서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중국에서 자랐고 동서양의 벽을 허물고 인류 전체의 복지 사회를 꿈꾸었던 평화주의 작가다. 자선사업 자가로 우리나라에도 혼혈아를 위한 재단을 세웠던 인도주의 작가다. 이 위대한 작가가 왜 모두에게 존경과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하면서 이런 겸손한 말을 할까? 자신의 하나뿐인 딸이 중증 지적장애와 자폐증으로 고통스러운 인생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 딸 때문에 펄 벅은 겸손해졌고 모든 사람이 소중한 것을 깨달았다. 결국 그년 모두를 존경과 경의의 대상으로 본 것이다.

▲ 평양제일노회 교직자회 제주도 수련회:황학우 목사, 옥광석 목사, 권순직 목사, 김선규 목사(좌측부터)

그렇다. 고난은 삶을 겸손하게 만든다. 유명인이나 대단한 업적을 남긴 이들 중에 겸손한 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펄 벅은 달랐다. 세계적인 명성과는 달리 그녀는 늘 겸손했고 모두를 존중했고 경의를 표했다.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친딸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훗날 그녀는 한국 고아를 포함, 국적이 다른 아홉 명의 고아까지 입양하였다. 자신의 약한 딸을 주제로 소설을 쓰기도 했다.

▲ 마영주 목사, 노회장 옥광석 목사(좌측부터)

한때 한국교회에 찬양으로 대단한 영향력을 끼쳤던 목사님을 만났다. 현재는 잠시 서울을 방문하였다. 그는 느닷없이 자신이 20년간 미국서 고생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얼마나 고생하였는지 아시냐고.’ 그렇게 미국 생활의 고생담을 털어놓는다. 수모와 멸시를 통과하여 자신은 진짜 목사가 된 것 같다고. 옛날에 한국서 잘 나갈 때 자신의 모습은 포장된 것이 많았다고. 교만했다고. 하지만 고난이 진짜 목사로 만들었다고. 요즘 이것이 감격스럽고 감사하단다. 한번은 중국 식당 배달 아르바이트로 일할 때였단다. 음식을 배달하는데, 그 배달을 시킨 분이 어느 큰 교회 목사님이셨다고. 그런데 그 옆에 초청 부흥강사가 앉아있었다고. 알고 보니 한국서부터 친하게 지내던 자신의 친구였다고. 자기는 중식당 배달을 왔고, 그 친구는 초청 강사로 한국서 왔다고. 이 일에 충격을 받고 자신이 개척한 교회 본당에 앉아서 한없이 울었다고. 자기 신세가 너무 처량하여서. 예수님께 물었다고. ‘주님, 내 꼴이 이게 뭡니까?’ 그랬더니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의 환상을 보게 되었다고. 그 일로 위로를 받고, 지금은 오히려 지난날의 고난과 수모를 감사한다고. 찬양과 설교가 더 깊어졌다고. 이분이 인도하는 찬양 집회에 참석하니 정말 그랬다. 예전보다 더 은혜가 되고 깊어졌다.

▲ 이성회 목사, 노회장 옥광석 목사(좌측부터)

다윗은 자신을 향해 욕과 저주를 퍼붓는 시므이를 살려주었다. 곁에 있던 장수들이 당장 죽이자고 하였지만 말이다. 이 일로 다윗은 이 일로 하나님께 복을 받을지, 환궁하게 될지 어떻게 알 수 있냐고 하면서 시므이를 살려 주었다. 정말 다윗의 큰마음을 본다. 목회하면서 고난과 수모를 적지 않게 받았다. 그때마다 강단에 엎드려 십자가를 붙들었다. 오늘 하루의 고난과 수모를 견딜 힘을 달라고 구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도 중에 십자가에 매달린 주님의 눈동자와 마주치게 되었다. 얼마나 감격했는지. 사랑의 눈빛으로 날 쳐다보시는 것 같았다.

▲ 샌프란시스코 항구와 금문교

그날 이후로 주님의 십자가를 더욱 묵상하였다. 그분의 눈동자를 더욱 묵상하였다. 나를 대신하여 기쁨으로 고난을 지신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나도 기쁨으로 고난과 수모를 지고 가기로 하였다. 고난을 겪어 봐야 신앙도 인생도 깊어진다. 찬양도, 설교도, 공감도 깊어진다. 무엇보다 그렇게 고난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고 깊게 만든다. 성경 말씀대로 고난당한 것이 유익이다. 고난을 통해 주의 율례뿐만 아니라 인생과 삶의 원리를 배우게 된다. 그러니 우리 앞에 다가오는 고난과 수모를 즐기자. 설교도, 찬양도, 목회도, 인생도, 관계도, 기도도 모든 것이 깊어지고 숙성될 것이다. 보기만 해도 은혜가 되고 치유가 일어날 것이다. 가을이 깊어간다. 고난 겪은 인생은 더욱 깊어간다. 인생도 목회도 모든 것이 깊어만 간다. 고난의 신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