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오랜만에 재미있는 영화를 봤다. 눈시울을 흘리면서 말이다. 몇 번은 흘린 것 같다. 참 감동적인 영화였다. 《1947 보스톤》이다. 서윤복 선수가 1947년 미국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여 우승하는 장면을 감동적으로 만들었다. 우리의 기억 속에 잊혀 가는 미군정 시절. 당시 한국은 가장 못사는 나라였고 난민국의 지위였다. 이로 인해 하마터면 보스톤 마라톤에도 성조기를 달고 미군정 대표로 출전할 뻔하였다. 하지만 손기정 감독은 이해 분개하며 기자 회견을 자청하고 성조기를 달고 출전한다면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면서 손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자신은 일본 선수로 출전하여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하였다고 하지만 시상식대 위에서 손으로 일장기를 가린 이유로 이후 일본마라톤 협회로부터 마라톤 선수 자격을 박탈당했다고. 이 이야기를 기자들 앞에서 독립된 나라인 대한민국 마라톤 선수가 또다시 다른 나라 국기를 달고 뛰는 일이 없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하였다. 이것이 보스톤의 자유 정신이며 마라톤의 정신이라고 강력하게 호소하였다. 이에 그 기자 회견에 모인 협회장과 기자들이 감동하여 태극기를 달고 출전하도록 허락하였다. 대회 결과는 예상을 깨고 서윤복 선수가 우승하였다. 당시 세계최고기록이었다. 코치 겸 선수로 참석한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동메달리스트인 35세인 남승룡 선수는 마라톤 선수로서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12위에 올랐다. 이 일로 가난과 미군정 속에서 살던 대한민국 국민에게 꿈과 희망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 월간목회(2023년 11월호) 인터뷰하는 옥광석 목사

하정우가 손기정 역을 맡았고, 임시완이 서윤복 역을 또 배성우가 남승룡 역을 맡았다. 다들 연기를 잘하였다. 서윤복 역을 맡은 임시완의 연기는 대단히 돋보였다. 가난한 삶을 산 서윤복. 병든 홀어머니를 봉양하며 학창 시절을 보낸 서윤복. 아픈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높은 산길을 앞마당처럼 뛰어다녀야 했던 서윤복. 이 서윤복의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을 배우 임시완은 감동적으로 연기하였다. 그의 연기력 때문에 몇 번이나 눈시울을 흘렸다.

▲ 일본 동경 선교여행 중 옥광석 목사 내외(좌측)와 히가시와구찌교회 사쿠라이 목사(맨 우측), 장로(우측 두 번째)

무엇보다 이렇게 잘 사는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된 대한민국이 과거 1947년에는 난민국 지위였다는 사실. 이 사실로 인하여 많이 울었다. 난민국이 이제 세계 강국이 되었다. 이 얼마나 감사한지. 역사는 이렇게 잊혀진 것을 감사하게 만든다. 1947년의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감사할 것이 얼마나 많은가. 대한민국이 얼마나 잘 사는지 모른다. 그러니 그 가난한 시절을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특별히 정치권이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겸손하여 국민을 생각하고, 자신들의 특권을 내려놓는 그런 정치인과 지도자들이 많이 배출되면 얼마나 좋을까.

▲ 평양제일노회:부노회장 최범규 목사, 서기 마영주 목사, 노회장 옥광석 목사(좌측부터)

교회도 마찬가지다. 못 살던 시절을 생각하면 감사밖에 없지 않을까. 1947년의 한국 교회는 어떠했을까. 남한은 특히 어떠하였을까. 해방 후 미군정의 통치를 받던 때 남한의 교회는 어떠하였을까. 동도교회도, 충현교회도, 삼일교회도 설립되지 않았다. 일제 치하 때 감옥에 있던 성도들이 풀려나 교회 재건에 힘을 썼을 것이다. 신사참배를 반대하여 옥에 갇혔던 출옥 성도와 그렇지 못한 성도들 간에 갈등도 있었을 것이다. 박형룡 목사 측과 김재준 목사 측의 대립도 있었을 것이다. 교회 정체나 교권 쟁탈전으로 혼란과 갈등이 많았을 것이다. 다 가슴 아픈 교회의 역사다.

그렇게 교회도 가난했고 혼란스러웠다. 이런 생각을 하면 오늘날 한국 교회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세계교회 역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한국 교회는 축복받았다. 그러니 1947년의 대한민국과 교회를 생각하면 감사뿐이다. 하나님의 은혜다. 《1947 보스톤》을 보면서 오늘과 현재가 고마워 눈물 흘렸다. 가난의 역사를 회상할 수 있어 감사했다. 조국의 과거를 생각하면 감사와 눈물뿐이다. 개인과 교회의 역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 교회여, 배고프고 가난했던 시절을 절대 잊지 말자. 대한민국도 한때는 난민국 지위에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