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점심을 먹는데 앞에 앉은 동료 목사님이 조그마한 돌을 호주머니에서 꺼내어 물티슈로 열심히 닦는다. 신기해서 물었다. “뭐기에, 왜 그렇게 열심히 정성껏 닦으세요?” 그랬더니 문경새재 다녀오면서 길에서 주운 돌이란다. 돌이 예뻐서 하나 주었고. “그럼 왜 주웠냐?”고 물으니. 책장 넘길 때 사용하려고 주었단다. 책장이 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넘긴 책장 위에 이 돌을 놓으려고. 그 말을 들으니 감동이었다.

그래 내가 그랬다. “아니 이 돌 정말 출세했네. 주인 잘 만나서 서울 가겠네. 서울 가서 주인 사랑 받으면서 좋은 집에서 주인과 함께 책을 읽겠네. 주인을 돕겠는데.” 그러면서 하나 더 붙였다. “이 돌을 보니 꼭 나 같아요. 나도 이랬어요. 이 돌처럼 별 볼 일 없었지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버려진 나를 주어서 이렇게 쓰고 계세요. 여태껏 그분에게 쓰임 받고 있어요. 그러니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이후 그 돌과 함께 기념사진 한 장을 찍었다.

주인에게 충성하는 돌이 되려고. 주인을 기쁘게 하는 돌이 되려고. 돌 하나 때문에 중요한 영적 원리를 깨달아 뿌듯했다. 힘든 한 해였다. 몸도 마음도 지쳤었다. 뭐 하나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었다. 하지만 이처럼 부족한데도 그분은 여전히 나를 사용하신다. 나를 고치고 다듬어 쓰시는 하나님이 너무 감사하였다. 부족한 자를 여전히 사용하시는 주님의 은총을 찬송한다. 저 돌처럼 주인의 마음을 시원케 하고, 충성스럽고, 주인의 귀여움을 받는 돌과 같은 주의 종이 되어야 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 문경새재에서 주운 돌

이른 아침 온천욕을 마치고 혼자서 근처 추어탕 식당으로 갔다. 추어탕 한 그릇을 시켰다. 너무 뜨거워 바로 먹을 수 없어서 접시에 담았다. 추어탕에 들깻가루와 산초 가루를 넣었다. 산초가 코를 자극하여 입맛을 돋운다. 향이 너무 좋다. 먹을 때마다 산초 가루를 조금씩 넣으면서 먹었다. 먹는데 갑자기 천국 계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아버지가 제일 좋아했던 산초, 추어탕과 비슷한 다른 음식에도 항상 산초 가루를 넣고 드셨다.

그 생각에 산초 가루가 더 좋다. 계속 뿌리면서 추어탕을 먹었다. 아버지가 생각나고, 보고 싶고, 함께 여기서 온천도 하며 추어탕도 함께 먹고 싶고 그랬다. 산초 가루 때문에 천국 계신 아버지가 보고 싶다. 음식은 추억이다. 음식은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게 만드는 신비적인 힘을 지녔다. 산초 가루를 잊을 수 없다. 산초 가루와 추어탕을 기념으로 사진 한 장 남겼다.

▲ 추어탕과 산초 가루

숙소를 정리하고 내려오는데 엘리베이터가 내려가지 않는다. 버튼도 누르지 않아서였다. 바보가 된 마냥 혼자 웃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뭐 하나? 작동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있는데. 매사가 그렇다. 기도도 그렇다. 가만히 하늘만 쳐다보면 뭘 하겠는가? 움직여야 한다. 구하고 찾고 두들겨야 한다. 실행하고, 버튼도 눌러야 한다. 모험해야 한다. 그래야 뭔가 이루어진다. 예전에 ATM 기기 앞에서 현금 찾으려고 모든 단계를 다 한 후에 한참을 기다렸다. 그런데 돈이 나오질 않는다. 알고 보니 OK 버튼을 누르지 않은 것이다.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얼마 전이다.

▲ 시카고 석양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업무를 보았다. 돌아와서 주차 정산기 앞에서 정산하려는데 화면이 완전히 먹통이다. 검었다. 스크린의 글씨가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이런저런 버튼을 다 눌렸지만 그대로다. 큰일 났구나 싶었다. 약속 때문에 빨리 나가야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선글라스를 쓰고 주차정산기를 작동한 것이다. 그러니 하나도 안 보일 수밖에. 선글라스를 벗으니 모든 게 정상이었다. 내가 문제였다. 이런 문제투성이인 나를, 이렇게 바보스러운 나를, 기계 하나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는 못난 나를, 매사에 2% 부족한 나를 하나님께서 쓰시겠다고 선택하여 불렀다. 얼마나 고마운지. 어느 부목사님이 주운 문경새재의 작은 돌처럼 말이다.

▲ 샌프란시스코 바다 풍광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다. 지금껏 못나고 부족한 사람이 하나님께 여전히 쓰임 받는 것이 감사하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어찌 이 은혜를 갚아야 할지. 세월이 갈수록 허물과 부족함뿐이다. 약하고 부족한 자를 사용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보잘것없는 무능한 자를 친구 삼아 주신 예수님 감사합니다.(요 15:15) 감사뿐이다. 문경에서 개최된 겨울 동계 교역자 수련회에서 은혜와 깨달음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