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성경 사무엘상 23장에 보면 광야에 숨어 있던 다윗과 육백 용사가 사울 왕에게 발각이 되어 위기에 봉착하는 기사가 나온다. 사울은 군사를 이끌고 다윗의 은신처인 마온 광야, 아라바에 도착한다. 다윗과 그 일행들은 자신들의 은신처가 발각된 줄 알고 도주한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사울 왕의 군사들에게 포위당하고 만다. 잡히면 끝이다. 사울과 그의 군사들이 다윗과 그의 군사들을 에워싸고 잡으려고 순간 갑자기 전령이 나타나 사울 왕에게 급보를 전한다. 블레셋 군사들이 이스라엘을 침노하였다고 그러자 사울은 어쩔 수 없이 다윗과 그 사람들을 쫓는 것을 포기하고 블레셋 군사들을 치기 위하여 돌아간다. 하마터면 사로잡힐 뻔 한 다윗과 육백 용사가 구원받아 살아난다. 극적인 구원이다. 다윗은 이곳을 ‘셀르하마느곳’이라 칭한다.

히브리어로 ‘셀르’는 ‘바위’란 뜻이고, ‘하’는 정관사이고, ‘마느곳’은 ‘분리’라는 뜻이다. 그렇게 ‘셀르하마느곳’은 ‘분리하는 바위’라는 뜻이다. 하나님이 다윗을 사울에게 분리시켜 주셨다. 위기에 처한 다윗을 생각하여 적들의 공격으로부터 분리시키고, 구원하셨다. 떼어놓았다. 그렇게 극적인 구원이 임한 곳을 다윗은 “셀르하마느곳”이라 칭하였다.

▲ 2024년 신년축복성회 강사 백동조 목사와 함께:사무장 이상민 장로, 백동조 목사, 옥광석 목사(좌측부터)

적들과 위기로부터 분리하여 하나님이 당신의 백성을 극적으로 구원하셨을 때 ‘셀르하마느곳’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희한한 방법으로,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여호와께서 다윗을 사울의 손에서 건져주셨다. 다윗과 그 군사들이 붙잡히려고 할 때 갑자기 블레셋 군사가 이스라엘을 침공하였다는 사실. 이 일로 하나님께서 사울을 다윗에게 분리하고 떼어 놓으셨다. 극적으로 다윗과 그의 군사들을 구원해 주셨다. 참 읽기만 해도 신기하고 놀랍고 정말 기분이 좋은 성경 기사다.

▲ 저서 <드림랜드>로 화제가 된 재미교포 작가 신정순 부부와 시카고에서.

1849년 12월 영하 50도의 추운 어느 날. 러시아 사형집행소 세묘노프 광장에서 도스토옙스키가 국가 반란 죄목으로 붙잡혀서 5분 후면 사형이 집행된다. 하지만 어떠한가? 사형 집행 5분 전에 황제의 특사가 도착하여 황제의 특명으로 사형 집행이 정지된다. 그렇게 그는 극적으로 살아났고, 이후 4년간 시베리아에서 수용소 생활을 거쳐서 모스크바로 돌아온다. 이후 그는 위대한 작품을 남겼다. 죽다 살아난 극적인 5분이 그의 작품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후는 여러 대작을 발표하고, 결국 그는 러시아의 대문호가 되었다.

▲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좌측 세 번째)과 옥광석 목사(우측 세 번째)

기독교에 대한 깊은 신앙심도 작품에 담아낸다. 특히 《백치》에서는 극적인 구원을 경험한 셀르하마느곳의 시간인, 사형 집행 전 5분을 떠오르면 그는 이렇게 글을 적는다. “나에게 마지막 5분이 주어진다면 2분은 동지들과 작별하는데, 2분은 삶을 돌아보는데, 그리고 마지막 1분은 세상을 바라보는 데 쓰고 싶다. 언제나 이 세상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은 단 5분뿐이다.” 그렇게 평생 이 은혜의 5분을 기억하며 감사로 살았다. 가치 있게 살았다. 극적인 구원의 경험이 많을수록 삶을 소중하게 여긴다.

▲ 평양제일노회:한윤주 목사, 안창운 목사, 옥광석 목사(좌측부터)

그대에게 이 5분과 같은 은혜는 무엇인가? 심장마비로 죽을 뻔 한 적도 있었다. 외국에서 개척 실패도 해 보았다. 모든 돈을 다 잃어보았다. 목회의 큰 위기를 맞이할 때도 있었다. 면직도 당해 보았다. 이단으로 정죄당해 보기도 하였다. 병원에서 정신 검사로 받아보았다. 이런저런 정죄와 수치를 당하였다. 갈기갈기 찢긴 심령.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 절망의 늪에서 구원해 주셨다. 셀르하마느곳의 은혜로. 극적인 구원으로. 그래서 1분 1초가 소중하다.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이 기적이고 은혜다. 2024년 새해 벽두부터 각자에게 임한 극적인 구원인, 셀르하마느곳의 은혜와 역사를 기억하면서 그 은혜의 힘으로 시작하면 얼마나 좋을까. 살아있는 것이 황홀하다. 셀르하마느곳의 은혜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