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어느 빨래터에서 수행자와 빨래꾼 사이에 격한 실랑이가 벌어졌다. 수행자가 먼저 빨래꾼을 밀쳤고 빨래꾼이 몸을 피하면서 수행자를 앞으로 자빠뜨렸다. 욕설이 오가고 헛발질과 주먹질이 난무했다. 싸움은 일방적으로 흘렀다. 오랜 노동을 통해 근육이 단련된 빨래꾼이 채식주의자에 제대로 먹지도 못한 수행자를 찍어 눌렀다. 수행자는 버둥거리면서 신의 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아무리 불러도 신은 무응답이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당나귀가 내려다보는 동안 주위 사람들이 뜯어말려 싸움이 끝났다. 빨래꾼은 당나귀를 데리고 가고, 얼굴에 피멍이 든 수행자는 힘없이 앉아 신을 원망했다.

신을 보자 그는 울부짖으며 말했다. “저 무식한 빨래꾼에게 얻어맞으면서 애타게 부를 때는 왜 오지 않으셨나요? 평생을 당신에게 헌신했는데, 왜 수모를 당하게 내버려 두셨나요?” 신이 말했다. “내 아들아, 그대가 나를 부를 때 나는 곧바로 달려왔다. 그런데 두 사람이 똑같이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며 싸우고 있어서 누가 수행자이고 누가 빨래꾼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었다.

▲ 신년시찰별체육대회 섬긴 노회 목사님들과 조찬 모임 후

분노에 찬 모습이 둘 사이 아무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두 빨래꾼이 싸우게 그냥 둬서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하자고.” 평화로운 밀림에서 어느 날 호랑이와 당나귀 사이에 사소한 충돌이 일어났다. 이 일로 밀림 속에 평화가 깨어졌다. 어떻게 논쟁이 촉발되었는지 아는 동물은 없지만, 당나귀가 한 말에 호랑이가 짜증을 내며 “풀은 초록색이야!” 하고 외치는 것이 들렸다. 당나귀는 모두가 놀란 정도로 더 크게 외쳤다. “아니야, 풀은 파란색이야!” 그 후 “초록색!”, “아니야, 파란색이라니까!”, 이 문제로 연거푸 고성이 오갔고 시간이 가도 논쟁은 멈추지 않았다. 둘의 논쟁에 다른 동물들도 덩달아 편이 갈렸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져서,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밀림의 세계가 파국을 맞이할 것이 분명했다. 

▲ 교하사랑의교회 마상구 목사(총신대신대원 85회) 유화 작품

마침내 동물들은 그들의 왕 사자를 찾아가 판결을 부탁했다. 사자는 당나귀와 호랑이의 주장을 듣고 나서 잠시 심사숙고한 후, 호랑이가 틀렸다고 엄숙히 선언했다. 판결에 따라 호랑이는 소란을 일으킨 죄로 1년 동안 밀림에서 추방되어야만 했다. 떠나기 전에 호랑이는 사자를 찾아가, 풀이 초록색이라는 사실을 온 세상이 다 아는데 왜 당나귀 편을 들고 자신을 벌했느냐며 하소연했다. 사자가 말했다. “물론 나도 풀이 초록색인 걸 안다. 하지만 어리석은 자와 논쟁을 벌였기 때문에 너를 벌한 것이다. 논쟁하려면 자신보다 지식과 지혜가 높은 자와 해야 한다. 어리석은 자와 무의미하게 논쟁함으로써 너는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그것이 네게 벌을 받는 진짜 이유이다.”

▲ 임시노회 후 포천에서 최범규 목사, 송명덕 목사, 옥광석 목사(좌측부터)

사칠 이십팔과 사칠 이십육이 있었다. 두 사람은 자신의 구구단이 맞는다고 계속 우겼다. 사찰은 이십팔이라고 주장하고, 또 다른 사칠은 이십육이라고 우겼다. 이 일로 서로가 격분하여 다투고 주먹질까지 하게 되었다. 이 소식이 마을 원님에게까지 전해졌다. 두 사람은 마을 원님에게 소환되었다. 이에 마을 원님은 사칠 이십육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사칠 이십팔에게는 곤장 열 대의 형벌을 명했다. 사칠 이십팔은 너무 억울하여 물었다. “내가 맞는데, 왜 내가 문제냐고“, 이에 원님은 답했다. “나도 안다. 그런데 너의 죄는 사칠 이십육이라고 우기는 저런 무식한 놈과 논쟁을 벌이고 다툰 것이다. 그래서 곤장 열 대를 맞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다시는 절대 저런 무지한 자와 논쟁하지 말라.” 그렇게 사칠 이십팔은 곤장 열 대형을 받은 후 집으로 돌아갔다. 다들 어느 책에서 본 내용이다.

▲ 신년하례예배 후 삼일교회에서 옥광석 목사(노회장), 이성회 목사(직전노회장), 최범규 목사(부노회장), 좌측부터.

빨래꾼 수준밖에 되지 않는 수행자, 호랑이, 사칠 이십팔 모두가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 신자의 삶이 어떠해야 할까? 지혜로운 자의 행실은 또한 어떠해야 할까? 수준 높은 신자, 성숙한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사칠 이십육과 당나귀, 그리고 빨래꾼의 수준밖에 되지 않은 신자들도 주변에 많다. 나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지? “…. 미련한 자마다 다툼을 일으키느니라”(잠언 20:3). “때가 오래되었으므로 너희가 마땅히 선생이 되었을 터인데….”(히 5:12) “…. 너의 성숙함을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게 하라”(딤전 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