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 구부러진 길을 가면 /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 들꽃도 많이 피고 /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 구불구불 간다 /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이준관의 <구부러진 길>이라는 시다.

그렇게 구부러진 길이 좋다. 직선보다 곡선이 좋다. 사람도 그렇다. 둥글둥글한 사람, 넉넉한 사람이 좋다. 여유가 있는 사람이 좋다. 직선적인 사람보다 우회적인 사람이 좋다. 빡빡하게 사는 사람보다 여백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 좋다. 퉁명하고 불친절한 사람보다 서글서글하고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이 좋다. 예수님도 온유하고 겸손하셨다. 곡선이요 맘 넓고 친절한 분이 아니셨을까. 간음하다 붙잡혀 온 여인을 대하는 주님의 모습을 보면 그런 모습이 느껴진다. 그렇게 주님의 마음은 넓으셨다. 마음이 넓어야 온유하고, 겸손해진다. 맘 좁으면 절대 온유하거나 겸손할 수 없다. 온유는 길든 야생마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최고의 성품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성품은 말 그대로 곡선이다. 품는다. 온유가 있을 때 힘을 조절할 수 있다.

▲ 미국 세인트루이스 Gateway Arch

어느 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이 무엇이냐고. 그랬더니 학생들이 이런저런 답을 하였다. 우리 아빠예요. 코끼리예요. 그런데 어떤 아이가 눈이라고 한다. 왜 눈이냐고 물으니 그 학생의 대답이 이랬다. 눈으로 아빠도 볼 수 있고, 눈으로 코끼리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어린 학생은 말 그대로 철학자였다. 눈은 마음의 문이다. 그렇다면 눈보다 더 큰 것이 무엇일까? 마음이다. 마음이 넓으면 둥글 수밖에 없다. 그러니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그래서 성인군자나 대인배는 늘 마음이 넓다.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다 품는다. 예수님처럼 다 품는다.

▲ 미국 세인트루이스 도심 일몰

나의 직업은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매일 사람을 만나고 대한다. 목사로 살았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을 대하고 만났겠는가.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내가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성품이 좋은 사람에게 마음이 끌린다는 것이다. 그 좋은 성품이란 것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었다는 것이다. 둥글둥글한 사람, 상냥한 사람,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 실수도 품어주는 사람, 친절한 사람, 칭찬하는 사람, 감사를 아는 사람, 여유를 가진 사람, 타인의 허물을 덮어주는 사람, 타인을 비방하지 않는 사람, 유머가 있는 사람, 긍정과 믿음의 사람. 이런 사람에게 마음이 끌린다.

▲ 미국 시카고 도심 일몰

그런데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다들 성품의 한계를 지니고 산다. 내면의 상처가 있다. 그 상처가 직선을 만들었다. 직선적인 사람은 대하기 힘들다. 이들은 자신이 가장 옳은 줄 안다. 타인은 다 틀렸다고 생각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혼자만의 세상에 사는 사람이다. 자신이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에너지를 빼앗는 사람이다. 우리 안의 희망과 싹을 싹둑싹둑 자르는 사람이다. 멀리해야 한다. “구부러진 말을 네 입에서 버리며 비뚤어진 말을 네 입술에서 멀리하라”(잠 4:24).

▲ 일본 오사카성

둥글둥글하고 상냥하고 모난 곳이 없고 친절한 그렇게 곡선 같은 사람, 어디 없나. 구부러진 길을 가다 보면 만나게 된다. 유유상종이라고 곡선의 인생은 곡선에서 만나게 된다. 그대, 직선인가 곡선인가? 한번 그려 보시라. 얼마 남지 않은 인생, 편안함을 제공하는 사람이 되자. 구부러진 길, 곡선으로 걷자. 말도, 성품도 가는 길도 말이다. 천천히 가도 목적지에 다 도달한다. 인생은 원래 홀로 걷는 것이니까. 비교도 경쟁도 말자. 자박자박 구부러진 길을 즐기면서 걷자. 그게 인생이 아니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