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은 추억의 장소. 30대 청춘을 사랑의교회에 부목사로 있을 때 자주 찾은 곳이니까. 그때 건립되었다. 교우들과 가족들과 동역자들과 얼마나 많이 갔는지 모른다. 그렇게 아름다운 추억이 많다. 서울로 다시 돌아와 담임 목회할 때도 가끔 찾았다. 고 옥한흠 목사님 추도예배 때만 되면 옛 동역자들이 함께 예배를 드렸다. 고인의 묘지도 가고 말이다. 이후 한동안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수년 만에 찾았다. 총회 목회자 아카데미 영성 회복 캠프 위원으로 섬기려고. 아니, 먼저 은혜 받으려고. 많은 분이 등록하였고 시간마다 은혜가 되었다. 꼭 젊은 시절 신학교 수업 받는 느낌이었다.

이번 캠프는 특별히 설교 클리닉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오랜 습관인 설교가 금방 바뀌질 않는다. 자신만의 설교가 이틀 집중 강의 듣는다고 바뀌겠는가. 하지만 여러 도전과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았다. 목회자도 재교육이 필요하다. 3년이면 학교에서 배운 것을 다 잊어버린다. 그러니 3년마다 재교육 차원에서 이런 영성 캠프와 목회 클리닉에 참여하면 유익하다. 수고하고 섬기는 임원들과 위원들이 고맙다. 무엇보다 목회자를 세우기 위해서 수고하시는 총회장님의 수고가 정말 귀해 보인다. 함께 참석한 노회 목사님들이 그런다. 매년 이런 목회자를 위한 영성 회복 캠프가 있으면 좋겠다고.
 

▲ 사랑의교회 수양관에서 옥광석 목사

삶은 추억이다. 늙어 누워 지낼 때 남는 것은 두 가지뿐이다. 추억과 사진. 그러니 건강할 때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사진도 많이 찍고. 고 옥한흠 목사님의 묘지를 찾았다. 지난날 그분과 함께했던 아름다웠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 순간이 행복하였다. 목회자의 복중의 하나가 좋은 지도자와의 만남이다. 30대 부목사 시절 참 좋은 담임목사님을 만나 행복했다. 지금도 당시 그분의 지도를 받았던 동역자들이 모이면 그 시절 그때의 이야기를 하면서 행복해 한다. 야단도 맞았지만, 다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그럴 때면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
 

▲ 사랑의교회 수양관 고 옥한흠 목사 묘지에서

부교역자 생활을 오래 하였다. 담임목사님들과 대부분 좋은 추억을 가졌다. 신세원 목사님, 김재환 목사님, 장영춘 목사님, 옥한흠 목사님, 송용걸 목사님. 모두가 추억이다. 이분들과 동역하면서 좋은 추억들을 많이 쌓았다. 다들 보고 싶다. 하지만 대부분은 천국에 가셨고 두 분은 미국에 사셔서 만나기가 싶지 않다. 그저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뿐이다.
 

▲ 사랑의교회 수양관에서 옥광석 목사(평양제일노회장), 최광현 목사(평양노회·열방사랑교회), 최범규 목사(평양제일노회 부노회장), 좌측부터

그렇다면 나는 어떤 담임목사로 기억될까? 스쳐 지나간 부교역자도 많다. 그들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나를 어떤 추억으로 떠올릴까? 나빴다는 추억보다 좋았다는 추억이면 좋을 텐데. 부교역자들에게 더 잘해주어야 하겠다는 생각뿐이다. 옥한흠 목사님의 자율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전적으로 부교역자를 믿어주었다. 여름과 겨울에 충분히 연구하고 쉴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출퇴근도 자율이었다. 한 주에 한 번 모이는 전체 교역자 회의를 빼고는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파격적이었다. 그러기에 그분이 더 그립고 보고 싶다. 은퇴하신 옥 목사님을 한 번 찾아갔다. 내가 물었다. “형님, 왜 당시에는 부교역자들에게 그렇게 무섭게 하셨어요?” 그랬더니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많은 부교역자들을 통제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 사랑의교회 수양관에서 개최된 총회 목양 아카데미 제1차 영성 회복 캠프(2024.3.4~6)

그 말씀에 동의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나면 정말 따뜻한 분이셨다. 자상하시고, 인자하신 옥한흠 목사님. 설교 강단에서는 사자후를 토해내셨지만 정말 맘이 따뜻하고 정이 많은 분이셨다. 그런 지도자를 또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추억이다. 난 지도자의 복이 많다. 모든 것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나를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면 좋겠다. 생각 속에 떠오르면 ‘아이, 보기 싫다’보다 ‘정말 좋았지, 정말 좋았어.’ 그런 미소와 여운을 남겨주는 추억 듬뿍 인생이 되면 좋겠다. 신앙을 떠나 인간은 인간으로 만나야 한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사랑과 인격이 숨겨져 있다. 예수님이 그랬다. 보기 좋은 인간, 그립고 또 만나보고 싶은 인간으로 살다 가자. 만남은 잠깐이다. 하지만 추억은 영원하다. 상대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 것인가?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다. 추억 듬뿍 인생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