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1급 대신은 그릇이 크고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시세를 내다볼 줄 알며 위기관리 능력이 있다. 국민에게 많은 행복을 안겨주지만, 전혀 기색을 내보이지 않는다. 2급 대신은 일을 신속히 처리하고 의견도 당당히 제시한다. 자신의 집처럼 나라를 사랑하고 자신의 몸처럼 시국을 걱정하는 진지한 자세를 가지고 있다. 3급 대신은 그저 시세에 따라, 이제까지의 관습에 따라 행동하며 특별히 득이 되지 않고 해도 끼치지 않는다.

4급에 이르면 인기에 집착하고 보신주의에 빠져 국가의 안위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5급 대신은 공명심과 권세욕만 강해 이기적이며 사람들과 다투고 국정에 해를 끼친다. 최악의 대신인 6급은 권세를 이용해서 나쁜 짓을 하고, 착한 이를 모략하고 양민을 괴롭히며, 국가에 피해를 주고 인망을 잃는다.” 16세기 중국 명나라 지혜로운 정치가 여곤이 쓴, 《신음어》에 나오는 글귀다.

4.10일 총선에 1급과 2급 정도의 수준 높은 분들이 국회의원으로 당선이 되어야 할 텐데 걱정이 태산이다. 왜 그럴까?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은 누구보다 도덕적, 인격적, 윤리적으로 본을 보이는 지도자여야 한다. 그들의 등을 보고 배울 수 있는 분들이 국회의원으로 세워져야 한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을 살펴보면 걱정되는 일이 많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교회 정치하려는 분은 모두가 1급과 2급이 되어야 마땅하다.
 

▲ 2024년 새로남교회 웰컴홀에서 옥광석 목사(평양제일노회장), 오정호 목사(총회장), 구인본 목사(합동헤럴드 대표/발행인), 좌측부터

성인이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여곤은 이렇게 묘사한다. “명예나 사리사욕에 집착하지 않으며 아침부터 밤까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당연하게 하는 사람, 바로 이런 사람이 성인이라 한다. 명예나 사리사욕을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실행하는 사람, 이를 현인이라 한다. 그러나 명예나 사리사욕을 추구하지 않고, 덕행을 쌓지 않으며 일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반면에 명예나 사리사욕에 집착하고 새나 짐승처럼 교활하게 행동하는 사람, 이를 도적이라 한다.” 성인을 뽑을 것인지, 현인을 뽑을 것인지, 아니면 도적을 뽑을 것인지. 그것은 전적으로 백성의 몫이다. 수준 높은 백성이라면 누구를 어떤 인물을 뽑아야 할지를 안다. 제발 이번 총선에는 도적이 안 뽑히면 좋겠다. 성인이 아니면 적어도 현인이라도 뽑히면 얼마나 좋을까.

▲ 미국 이민 목회하던 시카고 다운타운 무디신학교 근처에서 옥광석 목사·김은희 사모(좌측부터)

교회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가 바르게 되어야 나라도 교회도 바로 선다. 정치가 바로 서려면 제대로 된 정치인이 뽑혀야 한다. 교회는 성인이 정치를 해야 한다. 너무 지나친 기대인지 모르겠다. 갈수록 점입가경에 아전인수다. 양심이 보이질 않는다. 양심적인 사람을 찾기 힘들다. 그래도 그 안에 성인도 있고, 1급도 있고, 2급도 있다. 희망이다. 이 희망의 물결이 점점 확산되면 얼마나 좋을까.

▲ 직전노회장 이성회 목사, 노회장 옥광석 목사(좌측부터)

고난주간을 앞두고 있다. 십자가를 지고 자기를 부인하며 따르라고 예수님은 말한다. 자기 부인 없이 바른 신앙생활 어렵다. 욕망과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사익을 내려놓고 대의를 쫓아야 한다. 경쟁심, 오만, 다른 사람을 깔보는 마음,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것에 끌리는 마음, 성급함, 경박함, 명예나 평안에 집착하는 마음, 인기영합주의는 자기 부인의 삶을 방해한다. 세상엔 헛된 욕망과 욕심이 가득 차 있다. 이기심과 변명뿐이다. 인정하지 않는다. 빠져나갈 구멍만 찾는다. 오리발 내미는 선수가 많다. 궤변이 난무한다. 잘못을 겸허히 인정하는 지도자는 거의 없다. 끝없는 자기변명. 가인의 후손들이 판을 치는 것 같다.

▲ 평양제일노회 영천교회(안창운 목사) 임직식에서 김창섭 목사, 노회장 옥광석 목사, 김성택 목사, 안창운 목사, 김병욱 목사(좌측부터)

동생을 죽인 형 가인에게 여호와께서 아벨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가인이 이렇게 답한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창 4:9). 참 기가 찬다. 얼마나 뻔뻔한가. 오리발을 내민다. 예수의 성만찬 석상에도 이런 자가 있었다. 이런 뻔뻔함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하고 있다. 정치계, 종교계도 예외가 아니다. 혀를 찰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바리새인 같은 이들이 지도자가 되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 부디 정직한 지도자들이 뽑혀서 국회가 운영되고, 법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변방의 목사는 그저 기도할 뿐이다. 적어도 4, 5, 6급과 도적은 뽑히지 말기를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