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2차 대전 때 공을 세운 아난드라는 이름의 공군 비행 대장이 있었다. 적진까지 출격해 중요한 군사기지를 파괴함으로써 적의 전쟁 의지를 꺾어 놓은 인물이었다. 한번은 적의 포격에 격추되기도 했지만 무사히 낙하산을 펼쳐 탈출할 수 있었다. 제대 후에 고향으로 내려가 살았는데, 어느 날 카페에서 한 남자가 다가와 그에게 군대식으로 경례를 했다. 아난드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에 미안해하며, “전에 만난 적이 있던가요?” 하고 물었다. 남자가 말했다. “저는 비행대장님을 잘 압니다. 제가 근무하던 부대에 함께 계셨습니다. 전투기가 격추되었을 때 대령님은 낙하산을 타고 안전하게 착륙하셨지요. 그날 낙하산을 접어 대령님 전투기에 설치한 담당 병사가 저였습니다. 무사 생환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쁘고 자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아난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를 와락 껴안았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말을 했다. 그의 전문적인 낙하산 접는 실력 때문에 목숨을 구한 것이다. 만약 제대로 접지 않았다면 제때 펼쳐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 아난다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같은 공군 부대에 근무하면서 그 병사를 얼마나 많이 지나쳤겠는가. 하지만 그를 알아보지도 못했고, 자신은 장교이고 그는 사병이기 때문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었다.
 

▲ 제41회기 평양제일노회 장로회 총회(2024년 3월 16일, 동도교회)

우리는 우리를 위해 낙하산을 접어주는 사람을 얼마나 인식하며 살아가는가? 우리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기도해주며, 중요한 순간마다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온갖 종류의 낙하산을 접어주는 사람을 혹시 잊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우리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얼마나 낙하산을 접어주며 살아가고 있는가? 류시화가 쓴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에 나오는 글이다. 이 글을 읽고 적잖은 감동을 하였다. 내게도 이런 사람이 있는지. 나를 위해 낙하산을 몰래 접어 준 사람 말이다. 나의 삶을 지지해지고, 기도해준 사람 말이다.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온갖 종류의 도움을 준 사람 말이다. 그렇게 나를 위해 낙하산을 접어 준 사람들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나 역시 타인을 위해 낙하산을 접어 준 담당 병사처럼 살아야 하겠다는 결심을 해 본다.
 

▲ 제1회 동도교회 배드민턴 대회

모두가 다 자신이 잘 나서 여기까지 온 줄 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낙하산을 접어주었기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그런데도 그것도 모르고 자신이 잘나고, 똑똑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성공했다고. 부자가 되었다고.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인기를 얻었다고. 셀럽이 되었다고. 그렇게 거만하게 우쭐대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정상에서 미끄러진다. 바닥에 떨어져서야 정신을 차린다.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낙하산을 접어주었기에 자신이 정상에 섰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옥광석 목사

인생의 비행에서 떨어지다가 낙하산 때문에 살아난 적이 있는가? 남몰래 수고하면서 그 낙하산을 접어 비행기에 넣어둔 사람이 있는가? 정말 고마운 사람, 잊지 못할 사람이다. 눈을 잠시 감아 본다. 지난날 누가 나를 위해 낙하산을 접어 준 사람이었는지? 지지해주고, 기도해 준 사람이었는지?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사람이었는지? 생각나고 떠오르면 행복 자다.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 금문교가 바라보이는 샌프란시스코 바닷가

지금 내가 여기 있는 것은 누군가 남몰래 낙하산을 접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마울 수밖에 없다. 우리도 이제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낙하산을 접어주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 우리 모두 낙하산을 접어주는 사람이 되자. 예수님이 나를 위해서 그렇게 사셨다. 십자가라는 낙하산 말이다. 그 덕분에 살아 영생을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