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동헤럴드 대표/발행인 구인본 목사

유스티티아(Justitia)는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정의의 여신'이다. 그 여신상은 왼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고 오른손에는 검을 들고 있으며 또 눈에는 눈가리개를 하고 있다.

저울은 ‘형평성’을 상징하고, 검은 ‘추상같은 엄격한 법 집행’을 상징하며, 눈가리개는 ‘공정성’을 상징한다.

한국 대법원의 정의의 여신상은 왼손에 법전을 들고 있고 오른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다. 그러나 눈가리개 없이 눈을 뜨고 있다. 법전을 봐야 하므로 눈가리개가 없는 것 같다.

한국사람 만큼 법을 좋아하는 민족도 드문 것 같다. 말 끝 마다 ‘그런 법이 어디 있냐!’는 표현을 입에 달고 산다. 히브리 민족도 율법이 민족의 정체성 이었다. 히브리 민족은 구약성경 중에서도 특히 모세오경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긴다.

모세오경은 문학적 형태의 분류에 의하면 율법서에 속한다. 당시 히브리 민족에게 하나님의 뜻을 잘 이해시키고 인식시키는데 법이라는 형태가 효과적이라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그 민족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문학형태로서 법전이라는 방식을 채용한 것이었다.

레위기 26장 15절에는 “내 규례를 멸시하며 마음에 내 법도를 싫어하며 내 모든 계명을 준행하지 아니하며 내 언약을 배반할 진대”라며 법이라는 용어를 언급하고 있다.

법이라는 것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최종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투명성이 고도로 요구 된다. 우리 현대사의 민주화 되는 과정 속에서 법의 판결이라는 횡포 앞에 무고한 사람이 다수 희생된 적이 있다. 이때 이른바 법살(法殺)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유행했다.

인류 역사를 통해 볼 때 권력에 의한 대부분의 만행은 법의 이름으로 자행됐다. 도덕성이 결여된 권력은 일단 법을 자기 입맛에 맞게 뜯어 고쳐 개정하거나, 새로운 입법 과정을 통해 신법을 신설한 후 그 법을 아바타 삼아 폭정을 합리화 해 왔다.

법이 인간의 보편적 생득적 도덕성과 갈등을 이루어 일반 대중의 보편적 정서와 상식에서 일탈되면 그것은 첨단의 제도적 폭력이 된다. 그래서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용어도 보편화 됐으며, 그러한 비난이 고전이 된지도 오래다.

법 정신이 권력이라는 횡풍에 요동치지 않도록 기골을 보강해야 한다. 더 이상 특정 계층에게 가혹한 판결이 나지 않도록 한국의 정의의 여신상의 눈에 눈가리개를 씌어야 한다.

법은 성문화돼 있으나, 법조문을 적용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므로 눈가리개의 역할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모든 재판은 눈가리개를 하고 귀로만 듣고 하는 수준으로 투명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법 적용의 객관적 토대와 체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관련 성경:잠언 11장 1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