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발행인 구인본 목사

예수의 공생애의 시작은 파격으로 점철되었다. 하나님 나라 운동에 매진하느라 귀가하지 않고 있는 아들 예수를 찾으러 어머니 마리아와 동생들이 찾아왔다. 예수의 동네에서는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는 예수를 제 정신이 아니라고 수군거린다. 이제 예수는 가정의 근심거리가 되었다.

자신을 찾아온 어머니와 동생들에게 예수는 “누가 내 어머니이며 동생들이냐”라는 매몰찬 말을 한다. 남 보기 민망한 황당한 상황이 연출된다. 유교적 질서를 살아왔고 아직도 그 영향권을 살고 있는 우리 한국인으로서는 이 장면이 당황과 의문의 극한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예수는 최종적이고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정의한다. 예수는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라고 가족을 간결하고도 명확하고 담백하게 정의 내린다. 유교적 사고방식을 추종하는 자에게 이 사건은 추문(醜聞) 그 자체였을 것이다.

부모 자식 그리고 형제간은 피와 유전자를 공유한 관계로서 가장 진지한 인과관계이다. 유교적 질서를 살아가는 우리 한국인은 타인과의 분쟁이 있을 시 원칙과 논리와 기준을 다 백안시(白眼視)하고 무조건적으로 가족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것이 다반사이다. 한국 정(情) 문화의 부정적 측면이 아닐 수 없다.

정(情)보다 냉철한 이성(理性)을 청안시(靑眼視)하는 유럽 사회에서는 한국의 정적 문화에 공감하기 힘들 것이다. 하여튼 예수는 새로운 질서 체계를 선언하면서 혈연이 인간의 최종적 연대를 형성하는 준거점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시스템이 갖는 원리가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고 천명한다.

이 선언은 독점적 배타적 선민사상을 신줏단지 모시듯 하고 있는 종교지배층들에게 하나의 선전포고로 비추어졌을 것이다.